Here&There/이탈리아(2017)

[2017 휠체어합창단 로마공연&여행] 나폴리와 소렌토

truehjh 2017. 3. 8. 21:10

2017.01.16. 월.

 

오늘은 나폴리와 소렌토행이다. 9시까지 모여 떠나려던 계획은 버스의 리프트 고장으로 지연되었다. 언제 해결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날씨도 꾸물꾸물하고 기분도 착잡했다. 여섯살 첫사랑의 추억과 연결된 장소 '돌아오라 소렌토로'로 가는 길은 역시 험난하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피식 웃었다. 팀원들은 참을성이 많아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간간히 웃음꽃도 피우면서 시간을 기다린다.

 

리프트를 고치는 것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아 중간에서 차를 바꿔 갈아타고 가야 했다. 고속도로 가까이에 있는 옅은 황토색 건물들이 흐린 날씨로 인해 좀 우중충한 느낌을 가중시켰다. 멀리 보이는 집들은 우리나라 집들과 비슷하게 보였지만 색감은 아주 달랐다. 고풍이 깃들어 있는 색감이었다. 낮은 들판은 연초록 초원이었고, 군데군데 양들이 모여 쉬고 있는 풍경이 자주 나타났다.

 

  

이탈리아 남북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는 도중에 눈앞에 설산도 나타났다. 베수비오 화산을 지나, 기원전 7세기 새로운 도시 네아폴리스라고 불러 나폴리가 되었다는 휴양도시를 향해 갔지만, 엄마의 품 같은 나폴리항구는 보이지 않았다. 지저분한 변두리 지역을 헤매고 다니다 보니 내릴 곳도 찾지 못하고 시간만 보냈다. ‘이러려고 나폴리 왔나 자괴감이 든다’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모두 웃었다.

 

 

나폴리 해안은 멀리서 보아야 운치가 있나 보다. 그 속에 들어와 보니 도시 자체는 상업적인 냄새가 가득했고, 가난의 음습함이 묻어있고,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날씨 탓인지 모르겠지만 상상했던 것보다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12세기 노르만인들이 세웠고 로마제국의 마지막 황제가 유배되어 숨을 거둔 장소라는 카스텔델오보성을 찍으러 간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버스에서 내리지도 않았다. 

 

가이드와 몇 사람이 햄버거를 사러 간 사이 점심메뉴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태리에 와서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어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배가 고파서였는지 맛도 있었고 양도 적당했다. 꽤 소박한 이태리 음식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음식은 화려한 편에 속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눈 덮인 베수비오 화산 아래 보이는 나폴리 항구... 버스에서 내렸던 단원 중의 한 사람이 찍은 사진이다. 이렇게 낭만의 나폴리는 꿈속에 남겨두고 다시 계속 남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달렸다. 동굴을 지나, 세 개의 섬을 지나, 성악을 전공했다는 가이드의 노래를 들으며 소렌토로 내려갔다.

 

소렌토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버스가 멈췄다. 비가 조금씩 왔다 갔다 한다. 이 절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모두 차에서 내렸다. 드디어 소렌토를 보게 되었다. 좁은 공간이지만 서로에게 자리를 양보하면서 사진을 찍고... 감탄하고...

 

 

 

지중해와 어우러진 자연풍경이 아름다운 곳, 여행자의 마음에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는 곳,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의 소렌토를 그냥 내려다보기만 하고 돌아왔다. 다시 로마로 올라오는 길에서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을 사용했다. 휴게소 안을 가득 채운 에스프레소 향기가 나를 유혹했지만 다음 화장실 들릴 일정이 걱정되어서 마시지는 않았다. 늘 그렇다...

 

 

로마의 호텔에 도착하니 너무 피곤했다. 쌈장 잔치가 예정되어 있는 객실로 가지 않고 우리의 방으로 들어왔다. 조금 후에 신선한 야채와 밥이 배달(?)되었다. 너무 피곤하여 먹는둥 마는둥...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