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이탈리아(2017)

[2017 휠체어합창단 로마공연&여행] 로마연합교회 -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 공연

truehjh 2017. 2. 28. 20:48

2017.01.15. 일.

 

오늘은 드디어 공연이 있는 날이다. 평소와 같이 일어나서 호텔 식당에서 평화와 함께 식사를 하고, 혼자 있을 해님의 방으로 가서 조금 놀았다. 일찍 미사를 드리러 가는 팀은 근처 마조레성당으로 갔고,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로 가는 팀은 오후 2시까지 기다려야 한다.

 

우리는 테르미니역 주변을 돌아보자는 의견에 합의를 하고 셋이서 나갔다. 드디어 우리 셋이 함께 돌아다닐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종알대며 역으로 갔더니 다른 팀들도 먼저 와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작고 귀여운 잔에 담긴 에스프레소는 양이 너무 적어 나누어 마실 수 있는 커피는 아니다. 아주 조금만 입에 물고 진한 향을 음미하며 즐겨보았다.

 

 

 

 

 

역을 나와 주변의 거리를 활보하다가 슈퍼에 들렀지만 기념품으로 찾고 있는 물건이 없어 사지 못하고 호텔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점심시간이 넘었다. 좀 근사하게 점심을 먹으려던 생각은 수포로 돌아가고, 남은 누룽지와 컵라면으로 해결...

 

 

 

 

2시에 호텔 로비에 모여 로마연합교회로 떠날 예정, 휠체어로 약 20여분 걸리는 거리란다. 우리는 예배를 드리기 위해 조금 일찍 떠났다. 길을 잃을까 봐 줄로 서서 도로 위를 달려, 턱 두세 개를 해결하고는 교회로 들어갈 수 있었다.

 

 

 

 

3시에 예배를 드리고 5시에 이솔리스트합창단과 휠체어합창단이 함께 공연을 한다. 높고 커다란 교회의 내부가 쌀쌀해서 단복 하나 걸치고 기다리자니 추위가 느껴졌다. 기침이 나올까 봐 걱정을 했다.

 

 

 

 

 

 

모두들 무사히 공연을 마치고 만족하는 듯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자축하는 의미였을까... 레스토랑에 가서 와인과 함께 스테이크를 먹었다. 그 교회 목사님께서 가지고 오신 만두와 고소한 과자도 함께 먹으면서 테이블마다 환담을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피로한 몸을 이끌고 호텔방으로 돌아 왔는데 창문으로 들어온 왕파리 한 마리가 우리를 반겼다... ㅋ...ㅋ... 컵라면 냄새를 빼려고 창문을 잠시 열었던 것이 화근이었나 보다.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파리 때문에 잠시 소동(?)을 피우다가 별 이야기도 나누지 못한 채 피곤에 지쳐 누웠다. 평화는 금새 잠이 들었다. 그녀는 너무 힘이 드는지 이번 여행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내 침대 옆에 있는 불이 켜져있는 상태로 핸폰을 꺼내 들었다. 카톡 여기저기에다 답글을 달고 난 후, 내일 일정인 나포리와 쏘렌토에 대한 책자를 뒤적이고 있는데, 지금까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게 잠잠하던 그 녀석이 갑자기 날아와 힘없이 테이블 턱에 앉는 것이 아닌가. 나는 숨을 죽이고... 있는 힘을 다해... 손에 쥐고 있던 여행안내 책자로 내리쳤다. 파리 한 마리 때문에 가슴이 두근두근... ㅠ... ㅠ... 

 

보조기를 벗고 있는 상태라서 움직이는 것이 위험했지만 조심해서 깔끔하게 뒷처리를 하고 누웠다. 이유없이 카프카의 변신이 생각났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별로 없다. 너무 힘이 들어서인가. 아니 이제 우리는 소곤소곤 이야기하며 깔깔댈 나이를 이미 지나버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