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Editing-Writing

[노트] 이제부터 할 일

truehjh 2011. 1. 29. 18:08


지금 현재 의미 있는 그 무엇인가에 몰두하며 헌신하지 않는 한 행복한 미래의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 망상일 뿐이며, 그 무엇인가에 몰두하고 헌신하지 않고 있으면 지금 이 순간조차 감사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지금의 나를 압도하고 있다. 어떻게 하여야 지금이 감사하고 또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현재를 충실하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나의 소명을 실천할 수 있을까...

 

태어나서 20세까지를 삶의 전반기, 60세까지를 중반기, 그 이후의 삶을 후반기라고 나누어 본다면... 나는 지금 삶의 중반기 끝자락에 도달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의미 있는 노년의 삶으로 진입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이 상황에서 나의 사명을 다시 정립하고 헌신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나를 냉정하게 분석해 보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 나에겐 가족도 없고, 돈도 없지만, 사랑하는 엄마도 계시고, 형제자매도 있고, 친구도 있다. 또한 할 일도 있고, 햇살 따뜻하게 내리는 방도 있다. 이것이 나의 현주소인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있는 것이 더 많다. 있는 것들을 감사하며 잘 활용하는 삶이 감사하는 삶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순간순간 헷갈리고 있다는 것이 나의 현실이다.

 

하나님께서는 명숙이의 죽음을 통해 장애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나에게 주셨다. 그 이후 분노로부터 서서히 해방되면서 최근 10여 년간은 장애인권운동과 문서선교와 의료선교에 참여하며 살아가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것들의 확장이 불투명해지고 확신이 무너지면서 기초생활에 대한 걱정에 함몰되고 말았다. 급기야는 몇 달 전부터 2~3년간 지방 병원 약국에 근무하면서 숙소 문제와 경제력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내보려는 생각에 골몰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시도는 무산되었고, 그러한 업무와 생활방식은 57세 이후의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일임을 깨닫게 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무의미가 더 크게 엄습해 오고 있다.

 

인생이 사명을 완수하는 것이 곧 자아실현이고, 자아실현이란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아의 실현을 통해 주님이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에겐 일생을 관통하는 사명감 즉 자아실현의 목표가 있었는가? 희미하게라도 있었다면 그것은 누군가(이웃)를 도와서 세우는 일이었나? 예수를 알기 쉽게 해 주는 작업을 하는 것이 사명이었던 세례요한처럼 이웃의 마음을 평탄케 하는 즉 예수를 알게 해 주는 길을 만드는 일이... 그것이 나의 소명이었나...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어찌 보면 어렴풋하게 그 실체가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소명이 큰 카데고리로 본다면 기독교 교육이고... 더 풀어서 설명해보자면 나와 내 이웃을 그리스도의 인격에 도달하도록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이라면... 감히 그렇게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글을 쓰며 책을 만드는 일... 장애인권운동을 하는 일... 의료선교를 하는 일... 이 모두가 결국은 사람에게 자유를 선포하고 이웃을 돕는 일에 속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은 글을 쓰며 책을 만드는 일이 아니고, 장애인권운동을 한 것이 아니고, 의료선교를 한 것이 아니고, 사람을... 이웃을... 성장시키는 일이었음을... 그리스도의 인격에 이르는데 도움을 주는 일이었음을 인식한다면... 지나간 10여년이 의미있음이 된다.

 

나의 사명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의료적인 도구를 이용해서 사람 사랑을 실천하고, 또 글쓰기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산다면... 내가 이것들에 미칠 수 있다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꾸 현재 기초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담보되지 않는 한 소명에 대한 나의 성찰은 집착에 불과할 뿐이라는 생각이 순간순간 나를 사로잡고 있어 고통스럽다. 그리고 나의 소명이 누군가의 성장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면서 힘을 보태는 일이었다면.. 하나님 이제는 나도 상장하고 싶어요... 나도 성장시켜 주세요! 이런 기도가 하고 싶기도 하다. 물론 남을 성장시키는 일이 자신이 성장하는 일임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성경으로 돌아 가 보자. 예수님은 무엇을 먹을까 입을까를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당분간 지금(57세) 현재에 감사하고 충실하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면 되는 것일까? 더 이상 방황하거나 꿈을 잃어버렸다고 의기소침해 있지 말고... 그냥 하늘을 나는 새와 들의 백합화처럼 살아가 볼까...

 

 

50대 중반을 넘어선 내가 이제부터 할 일 ...

 

1. 매순간 : 하나님께 감사한다.

 

2. 매일 : 일정량의 운동을 하고, 적당량의 음식을 섭취한다.

 

3. 매주 : 작은 즐거움을 이웃과 나눈다.

 

4. 언제나 :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힌다.

 

5. 지속적으로 :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