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Minimal Life

[영태리집] 혼밥 혼잠 풍경

truehjh 2018. 10. 1. 08:47

혼밥 혼잠 풍경

 

배가 고파지지 않아

띄엄띄엄 식사를 하니

몸 어딘가가 무너지는 것 같아

일주일에 한 번은 육류를

일주일에 한 번은 어류를

일주일에 한 번은 콩류를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꼭 챙겨 먹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한 어제 저녁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육류 한 덩이를 꺼내

프라이팬에 얹어놓고

돌돌 말아 얼려 보낸 막내 솜씨 기특해

이리저리 돌려가며 골고루 굽기 시작

 

커다란 식탁 위에

총각김치 한 조각, 절인 마늘 한 쪽

코닝접시에 차려놓고

전날 먹다 남은 밥 두 숟가락과

식어가는 고깃덩이

꼭꼭 씹어 넘겨서

황녀(?)의 소박한 성찬을 마무리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최종화를 혼자 보고서

먹먹해진 가슴 때문인지

불안한 미래 생각에 잠겨

골똘히 궁리하고 있는 머리 때문인지

다섯 시간 이상 잠잠하게 있던

위 속의 내용물들이

나를 일깨우려는 듯 꼿꼿하게 일어나

반란을 일으키니 속수무책

 

메슥거리고 답답하고 어지럽고 진땀 나서

열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눌러보고

화장실에 가서 토해내고 앉아 있다가

제산제 한 알 먹고 어거지로 잠재웠는데

바람인지 사람인지 초자연인지

문 흔드는 소리에 또 잠 못 이룬 꼭두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