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탓이다
눈 깜박할 사이에 스쳐 지나가던
거울 속의 두 눈이
오늘은 한참이나 머물러 있으면서 나를 보고 있다.
더위 탓이다.
아, 내 얼굴이 저렇게 생겼구나.
아, 내 표정이 저렇게 덤덤하구나.
사춘기 시절 이후 이처럼 긴 시간 동안
거울 안의 나를 쳐다보고 있은 적은 없는 것 같다.
더위 탓이다.
생동감 넘치던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만사에 흥미를 잃은 흐릿한 눈동자가
축 늘어진 눈꺼플 아래서
내 얼굴을 향해 보내고 있는 시선이 힘겹다.
더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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