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Minimal Life

[영태리집] 더위 탓이다

truehjh 2018. 8. 4. 13:07

 

더위탓이다

 

눈 깜박할 사이에 스쳐 지나가던

거울 속의 두 눈이

오늘은 한참이나 머물러 있으면서 나를 보고 있다.

더위 탓이다.

 

, 내 얼굴이 저렇게 생겼구나.

, 내 표정이 저렇게 덤덤하구나.

 

사춘기 시절 이후 이처럼 긴 시간 동안

거울 안의 나를 쳐다보고 있은 적은 없는 것 같다.

더위 탓이다.

 

생동감 넘치던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만사에 흥미를 잃은 흐릿한 눈동자가

축 늘어진 눈꺼플 아래서

내 얼굴을 향해 보내고 있는 시선이 힘겹다.

더위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