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유럽4국(2019)

[2019 유럽 4개국 도시] 여행의 시작

truehjh 2019. 9. 2. 21:19

 

 

혼돈스러운 시차 적응을 끝내려고 7시 반에 알람을 해놓았다. 그러나 그 시간에 일어나지 못했고, 온몸이 나른하게 늘어져 있어 평상시 처럼 움직이는 것이 어려웠다. 뭘 먹을까를 생각해 봐도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몸이 여행 후유증에서 벗어나려면 아무래도 한참 걸릴 것 같다. 마음은 아닌데 말이다. 오후에는 수영장에 다녀왔다. 다시 심플한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지난 6월부터 유럽여행을 꿈꾸며 지내다가, 810일의 서유럽 4개국의 도시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아직도 여전히 남아있는 여행의 감흥을 즐기다 보면 깊은 가을을 맞이하게 되겠지. 몸 여기저기서 쥐가 나고, 땡기고, 허리의 통증이 지속되고 있지만 맘은 굉장히 편하다. 그래서 이제는 여행기 정리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블러그를 찾았다. 그런데 벌써 오래 전의 이야기처럼 아마득하다. .. ..

 

2019.08.19.

 

사실상 나의 여행은 공항으로 떠나기 전날부터 시작이라고 보아야 한다. 물론 여행을 꿈꾸고, 계획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예약하고, 여행지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여겨지지만, 짐을 싸들고 일상을 떠나는 그 순간부터는 실제의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오늘도 수영장에 다녀와서 열흘 동안 집을 비울 준비를 마져 했다. 모아놓았던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처리하고, 전날까지 틈틈이 싸놓았던 짐을 다시 점검했다. 내 짐가방는 여행 할 때는 가지고 다니지 않을 것이다. 내가 들고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동생부부 퇴근할 때 내 짐가방을 들고 같이 집을 나섰다. 마지막 점검을 하기 위해 우리집에 와 있던 도토리도 함께 차를 타고 추어탕을 먹으러 갔다. 여행 잘 다녀오라는 의미에서 동생 친구부부가 베푼 영양식이었다. 저녁식사를 든든히 하고 동생집으로 갔다. 아파트에서 자고 내일 아침 일찍 함께 출발하면 된다.

 

자기 전에 보조기를 손보기 위해 따로 챙겨서 가져간 바느질 도구들을 꺼냈다. 지난번 동유럽 여행 시 둘째 날부터 피부에 물집이 터져서 고생했던 기억을 참고 삼아 보조기와 맞닿는 부분을 매끄러운 재질로 감싸 보았다. 바느질 솜씨가 영 엉망이다. 예전에는 꼼꼼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 솜씨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나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얼기설기 꿰맨 모양이 완전 노인 솜씨처럼 보여서 혼자 웃었다. 노안이고 손동작이 무디어져 깔끔한 처리가 어렵긴 하지만 마음마저 늙어 아무렇게나 해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으니 참 내가 생각하기도 나 같지 않다. 이제 부드러운 옷감으로 된 속옷을 입어서 다리의 피부를 최대한 보호하려 하는데 성공 여부는 다녀봐야 안다.

 

거실에는 짐가방들과 여행에 필요한 갖가지 것들이 모여 있다. 여행자 보험, 여권 복사본, 사진, 미리 예약해 놓은 갖가지 서류들의 복사본, 잠근 가방을 열 수 있는 표본 키, 거기다가 밑반찬과 햇반, 라면 등등 모든 준비는 끝나 있었다. 도토리는 다이소에 가서 별의별 소품들을 다 사다 놓았단다. 유로스타나 테제베 탈 때 짐칸에 있는 여행가방의 도난을 방지할 수 있게 묶을 도난방지 고리, 복대 전대, 핸드폰 떨어지지 않게 하는 고리 줄, 그리고 용처를 알 수도 없는 갖가지 물건들이었다. 나는 엉덩이 받침대와 핸드폰을 가방에 연결할 고리 줄을 도토리에게서 받았다.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것 같다.

 

짐가방은 두 개에서 세 개로 늘어났고 무게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현지에서 마땅히 먹을 곳을 찾지 못할까 봐 준비한 음식이 한 가방을 차지한다. 내 짐은 조카의 짐가방 속에 넣었다. 원래 사용하는 화장품 종류들이 적고, 목욕 도구들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어서 슬리퍼와 여벌의 구두를 제외하면 내 짐은 두 덩어리고, 전달해 줄 물건을 따로 싸서 세 덩어리로 만들어 놓았다. 운동화를 신고 가면 평소에 신고 다니던 구두를 따로 챙겨야 할 것 같아서 가방의 여유가 있을까를 걱정했는데 음식 등을 넣은 작은 가방에 넣으면 된단다. 나와 다른 행동규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타인이 가진 강점을 발견하며 배우는 즐거움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