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유럽4국(2019)

[2019 유럽 4개국 도시] 언제라도 길 떠날 준비를 하는 순례자처럼...

truehjh 2019. 8. 18. 21:30

 

이번 여행은 자유여행으로 결정한 만큼 오랜 기간 여유있게 여행 일정을 준비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별 결과물 없이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갔다. 남은 이틀이라도 몰두하여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멍때리는 시간이 많아지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허리와 엉치의 통증에 신경이 쓰이고 걱정이 앞서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사소하지 않은 몸상태의 변화가 일상을 쥐고 흔들고 있어 괴롭다. 여기저기서 드러나는 나 자신의 나약함이 민망할 정도다.

 

운동을 좀 더 신경써서 하려고 했고, 허리근육을 강화시켜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잘 하지 못했다. 거기다가 습도 높은 더위에 생긴 곰팡이들 때문에 무리를 했다. 곰팡이 처치하느라고 동동거렸더니 허리와 엉치가 더더욱 심하게 아프다. 오히려 운동을 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30분 정도 걷기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실천을 하지 못하고 시간이 다 갔다. 영어도 좀 신경을 써야했는데 당장 되는 일도 아니라서 접어두었다.

 

오늘은 보조기 상태도 점검하고 눌리는 부분을 손 좀 봐야겠다. 패드밴드와 상처에 붙이는 패드를 준비했지만 보조기 윗부분이 문제를 일으키면 속수무책이다. 다행히 새로 구입한 재활운동화는 가볍고 큼직해서 발가락에 닿는 부분이 구두보다 적으니 그나마 덜 불편하다. 몇 번 더 신어보면서 살펴봐야겠다. 작은 손목시계도 하나 구입했는데 시계판이 커서 실용적인 것과 색갈이 매력적이어서 예쁜 것 중에서 예쁜 것을 골랐다. 예전에 하지 않던 행동이라 스스로 놀라고 어색하다. 하지만 이미 구입했으니까 후회는 하지 말아야겠다. 뭔가 할 일은 많은데 제때제때 해결하지 못하고 계속 미루고 있는 상황이 좀 답답하다.

 

나름대로는 시간 나는대로 틈틈히 준비했던 것 같은데 아직 미비하다고 느껴져 시간이 다가올수록 걱정이 앞선다. 처음에는 여기 날씨가 무더우니까, 반팔이나 아주 얇은 겉옷 정도로 준비하고 있다가 막상 떠날 때가 되어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부니 생각이 또 달라진다. 제네바 날씨를 전해 듣고는 긴팔 위주로 옷을 챙겨야 할 것 같아 다시 바꾸었다. 15도에서 25도 사이의 날씨를 추측하기가 어렵다. 몇 십 번의 계절이 되풀이 되어왔음에도 무엇을 입었는지, 어떤 느낌의 바람이었는지 가늠되지 않는다. 참 이상한 일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스럽게 선택하던 옷의 두께와 길이를 숫자만으로 예측하려니 어려운 과제가 되어버린다.

 

패키지로 갈 때는 책을 찾아보고 공부를 조금 하고, 따라다닐 수 있을 정도를 준비하고 그냥 떠나면 되곤했는데... 이번 여행은 모든 것을 우리 네 명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서 걱정이 된다. 우리 맘대로 해도 되니까 다른 신경을 쓰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자그만 사항 하나라도 걸리면 걱정이 된다. 아프지 말고, 큰 사건 만들지 말고, 잘 다녀와야 할텐데... 언제나 길 떠날 준비를 하는 순례자처럼 살기란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