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축복

truehjh 2014. 12. 5. 22:46

 

하루의 일과가 엄마를 깨우는 일로 시작합니다.

“엄마, 굿모닝... 잘 주무셨어?”

방문을 열고 들어가 엄마의 얼굴을 만지면서 체온을 느껴보고, 열이 없으면 안심하고 다시 엄마를 깨웁니다.

“엄마, 아침식사 하셔야지..., 아침이야...”

눈 한번 뜨고 겨우 내 얼굴 한번 보시고는 아무 대답이 없으시면 난 또 엄마를 귀찮게 합니다.

“엄마... 엄마... 아침이야... 식사하고 약 드셔야지...”

 

요즘은 입맛 돋구는 약도, 작은 아들이 사다드리는 간장게장도 효과가 별로입니다. 그렇게 좋아하시던 게장이 지금은 입맛을 촉구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식사 때 마다 밥을 안 드시겠다는 엄마와 실랑이를 해야 하지만 제일 중요한 일이라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식탁을 차려놓고 한참을 기다립니다. 엄마는 혼자 힘겹게 일어나서 화장실에 들렀다가 식탁으로 오십니다. 몇 수저의 밥을 겨우 드시고는 식사하신 그릇을 싱크대로 가져다 놓으시는 엄마... 식탁의 반찬그릇들을 치우느라고 내가 분주하면, 걸음을 옮길 힘조차 없어 보이는 엄마가 행주질까지 해 주실 때도 있습니다. 불편한 딸 힘들까봐 뭐든 도와주시려는 ‘어미의 마음’이 느껴져 울컥합니다.

 

설거지를 마치면 엄마 방에 들어가 약을 드리고, 물병에 물을 채우고, 주변을 청소합니다. 침대 주변에 하얀 각질이 많이 떨어져 있어 맘이 아픕니다. 평소에 너무 깔끔하셨던 엄마라서 그분이 원하는 만큼 완벽하게 치워드릴 수는 없지만, 난 그냥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내방은 잘 안 치워도 엄마방은 열심히 치우고 닦고 먼지를 터니까요.

 

모든 며느리들의 입장을 일반화시켜 보면, 시어머니의 변화된 행동을 부각시켜야 자신의 수고와 고통을 확실하게 입증할 수 있는 상황이고 보니 그리 할 수밖에 없겠지만... 딸의 입장에서 보면, 정신력이 점점 퇴보해 가는 엄마가 안쓰럽고 애틋하고 안타까워서, 다른 이들에게 귀찮은 존재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오히려 축소시키거나 은폐하려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마의 약함을 되도록 감싸주고 싶습니다. 크게 부풀려서 소문내고 싶지 않습니다. 어차피 엄마 옆에 있는 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며 또한 그것은 축복이라 여겨지니까요^^...

    

'Fact&Fiction > 엄마와의시간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의 고통  (1) 2014.12.12
다시 입원하신 엄마...  (0) 2014.12.08
엄마의 바느질 솜씨  (0) 2014.12.04
엄마 보러 오는 길  (0) 2014.12.02
엄마... 내 걱정이나 해 주세요...  (0) 2014.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