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다시 입원하신 엄마...

truehjh 2014. 12. 8. 22:26

 

엊그제(12월 6일) 토요일 밤에 119대원들이 가지고 온 침대에 누워 응급실로 들어가신 엄마는 지금 뇌졸증 집중치료실에 계십니다. 주저앉으셨던 이유가 경비한 뇌경색 때문인가 봅니다. 간병인이 옆에 있어도 자녀들이 눈에 안보이면 불안해하실 것 같아 우리 형제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해 엄마의 병실을 들락거리고 있습니다.

 

입원하신 그 날 아침... 엄마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쾌쾌한 냄새가 났습니다. 엄마방은 내방보다 깨끗해서 평소에 정갈하고 엄마 냄새도 별로 나지 않았었습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얼른 엄마 옷을 살펴보니 속옷에다 대변을 보셨는데 느낌이 없으셨나 봅니다. 내복 바지의 가랑이까지 흘러내려 엉망이었습니다. 이전에도 여러 번 속옷에 변을 뭍이셨지만 스스로 벗어 놓으시곤 했는데 그날 아침은 아니었습니다.

 

엄마는 몰랐을까... 아니면 자신에게 절망하셨을까... 난 그것을 알아챌 수는 없었습니다. 침대 위의 엄마는 아무 표정이 없으셨으니까요. 다른 식구들 모르게 조용히 처리해 드리는 것이 엄마의 안정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작은올케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나 혼자 엄마를 부축해서 화장실 샤워부스까지 모시고 가서 옷을 벗기고, 온 몸을 씻어드렸습니다. 엄마는 힘이 없는 상태에서도 깨끗이 씻는 것을 무척 좋아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머리도 감겨 드렸는데... 나는 엄마를 씻겨드렸다는 뿌듯함으로... 엄마는 샤워를 했다는 상쾌함으로... 늦은 아침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별로 많이 드시지 못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이를 닦으시고 침대에 눕겠다고 하셨습니다. 가볍게 목욕하는 것도 힘이 드셨나봅니다. 하긴 나도 옷과 보조기가 다 젖고, 힘을 주고 서 있어서인지 다리와 허리가 뻐근합니다. 아침 약을 챙겨드리고 쉬시라고 하고서는 남은 설거지를 마치고 내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엄마가 피곤하신 것 같아 ‘밥 차려서 엄마방으로 가지고 올까’라고 물으니 ‘아니... 내가 식탁에 나가서 먹지...’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엄마를 부축해서 7~8발자국을 걸어 식탁으로 나오셨고... 흰죽을 아주 조금 드셨습니다. 그리고 피곤해서 쉬겠다고 하셔서 방까지 모셔다 드리고는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거실을 정리하고는 내방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내 방문 앞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깜짝 놀라 방문을 여니 엄마가 옆으로 쓰러져 계셨습니다.

 

엄마를 부르며 일으켜 세우려하니 내 힘으로는 안 되어서 남동생에게 급히 전화를 했습니다. 토요일 3시20분쯤이었습니다. 20여 분만에 도착한 정열과 함께 엄마를 침대에 뉘어드리고 오빠를 기다렸습니다. 그 순간에는 엄마를 쉬게 해 드리면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오빠네도 놀라서 급히 엄마에게 왔습니다. 오빠가 도착한 후에 화장실에 가시겠다는 엄마를 안아서 몇 번 화장실에 앉혀드렸었습니다.

 

그리고는 안정되신 듯하여 우리는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다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 방에서 다시 주저앉으신 것입니다. 그 순간 엄마는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셨습니다. 우리는 119를 불러 응급실로 들어가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입원하신지 하루가 지나 이제는 팔다리를 다 움직이십니다. 콧줄을 끼고 계시지만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말씀도 알아듣게 하시는데 허리가 많이 아프다고 하십니다. 정형외과에서는 척추사진이 옛날에 골절된 흔적인지, 새로 압박골절된 상태인지를 검사하고 있답니다. 인간은 육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그 자명한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육체가 노쇠하여 가는 기간 동안 수없이 겪어야 하는 과정이 참 번거롭지만... 우리 모두 겪으면서 가야 하는 길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엄마도 마찬가지입니다.

 

 

'Fact&Fiction > 엄마와의시간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의 기억 속으로...  (0) 2014.12.15
엄마의 고통  (1) 2014.12.12
축복  (0) 2014.12.05
엄마의 바느질 솜씨  (0) 2014.12.04
엄마 보러 오는 길  (0) 2014.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