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엄마의 고통

truehjh 2014. 12. 12. 21:54

 

약과 음식이 콧줄을 통해 들어가고 있지만 피부가 약한 엄마의 코는 상처투성이입니다. 콧줄과 연결된 콧등이 거의 패여나갈 정도로 상처가 났습니다. 반대편으로 다시 옮겨 콧줄을 꼈지만 너무 불편해 보여서, 언제 콧줄을 제거하게 되는 지를 의사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삼키는 기능이 이미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았습니다. 의사가 엄마의 목을 눌러보더니 검사해보겠답니다. 삼키는 기능이 마비되지 않았으면 제거하는 오더를 내리겠답니다.

 

그날 저녁부터 연하곤락식으로 준비된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제발... 엄마가 콧줄로 삶을 연명해야만 하는 일은 없게 해달라’는 것이 나의 기도제목이었습니다. ‘간절한 기도를 들어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콧줄을 끼는 일은 없게 해 주세요...’

 

콧줄을 뺏지만... 소변줄이 문제입니다. 병실에서 며칠을 지내시면서 소변 줄이 장치되었는데도 소변보러 화장실을 가시겠다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나십니다. 낮에는 간병인이 절제시킬 수 있어도 모두가 잠이 든 깊은 밤에는 막을 수가 없습니다.

 

밤에 침대에서 자꾸 일어나시니 넘어질까 두려워 양쪽 팔을 침대에 묶어 놓으면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렇게 묶어 놓느냐’고 소리 지르시는 엄마... 병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음료수를 드리면서도 약소하다고 미안해하고, 뭔가 더 드리라고 하고, 대접하라고 하고, 침대 주변에 서있는 사람이 있으면 의자에 앉으라고 권할 정도로 남을 살피시던 엄마가 이제는 남을 인식하지 않고 마구 소리를 지르십니다.

 

화내는 것, 큰 소리 치는 것,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는 것을 무지하게 싫어하시는 엄마가 육체의 연약함 때문에 겪는 모욕감을 견디지 못하시는 것을 보면서 한 인간의 본능에, 그 무의식에 깊숙이 천착해 보고 싶은 욕망이 생깁니다. 한 인간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보스런 욕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그것은 애착도 아니고, 애정도 아니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의구심, 탐구심, 아니 어쩌면 나 자신을 알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행동인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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