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랑/참좋은이웃

올케와 시누이

truehjh 2016. 4. 11. 20:48

 

올케와 시누이

 

여자들이 모이면 어김없이 시댁 특히 시어머니와 시누이들의 흉을 본다. 그들은 동변상련의 유대감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여서, 열을 내며, 시누이와 시어머니를 공격한다. 사실이다. 그 자리에 함께 하고 있는 결혼한 여자들은 모두 동감하며 의견의 일치를 보인다. 친구들이 모여도 그렇고, 교회의 식구들의 모여도 그렇고, 운동하러 온 사람들이 모여도 그렇다. 심지어는 그림을 그리러 모인 곳도 그렇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 같이 한 목소리를 낸다.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모든 결혼한 여자들의 공공의 적이라고.

 

참 이상하다. 나는 올케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올케가 된 여자들의 심리를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 그들의 사정을 모를 수도 있다. 그냥 모른다고 치자. 하지만 보통의 경우 결혼한 여자들은 며느리이면서 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올케이면서 시누이이기도한 경우가 꽤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왜 서로 적이 되어야 하는지 결혼을 안 한 입장에서 도통 이해가 안 된다. 하긴 결혼을 안 했으니 이야기가 안 통한다고 대화를 멈추는 경우도 보긴 했다.

 

나는 시누이다. 오빠와 남동생이 결혼을 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쭈욱 시누이로만 살았다.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올케가 되어 본적이 없고 될 수도 없었다. 이런 나의 삶은 공공의 적 시누이로서의 대표적 케이스의 삶이 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결혼한 여자들과 함께 모이는 곳이라면 조심해야 한다. 어디에서든지 내가 은연중에 공격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런 느낌을 받기도 한다. 자격지심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대화 속에 깔려있는 시누이들에 대한 적대감을 아주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어느 순간에는 그들 자신의 울분을 전이시키며 그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내 올케들에게 동정을 표하기도 한다. 시누이인 내가 얼굴이 화끈거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자리를 빨리 피하고 싶을 때도 있다. 내 올케들이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닌데도 내 올케들이 하는 말로 들린다. 그 순간만큼은 내 존재가 친구나 동료나 이웃이 아니고, 이 세상 모든 올케들의 시누이일 뿐으로 비춰지는가 보다. 나는 그런 기분을 참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참지 않을 수도 없다. 물론 나의 이런 심정을 그들이 알아채지는 못하겠지만, 그리고 나만은 그런 시누이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현실은 나에게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물론 나에게도 올케들이 있다. 큰올케는 내가 오빠에게 소개해준 여고 친구였는데 결혼에 골인해서 가족이 되었다. 작은올케는 내가 교회학교 교사시절에 학생이었는데 동생과 결혼해서 가족이 되었다. 친구와 제자를 올케로 맞이한 나는 내가 시누이일 뿐이라는 생각을 심각하게 해본 적이 없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시누이로서의 철없는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여간에 나에겐 올케들이 고마운 사람들이다. 내 엄마와 아버지를 즐겁게 해드렸던 가족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작은 올케는 투덜거리지 않고 나와 함께 살아주기까지 하니 더없이 고마운 사람이다.

 

시누이일 뿐이라는 사실로 인해 오늘도 상한 자존감을 붙들고 낑낑 대고 있는 내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해서 혼자 큰 숨 짖고 있다가 결국은 글로 내뱉고 있다. 이러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는가. 그렇지도 않다. 더 답답하다. 모든 인간관계가 참 어렵다. 그냥 시누이도 올케도 아닌 자연인 나로만 존재할 수는 없을까. 이해를 따지는 관계든지 흉허물이 없는 관계든지를 떠나서, 집단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관계의 대상이 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상대가 누구든, 어떤 관계성 속에 있든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서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집중하고, 절실하게 만날 수 있는 사이였으면 좋겠다. 특히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올케와 시누이가 집단의 편견을 넘어설 수 있는 사이였으면 참 좋겠다. 서로에게 아무 말이나 막하는 사이는 아무렇게나 막된 사이다. 막역한 사이라면 오히려 존중과 믿음을 담아 소통하여야 한다. 인간 대 인간의 만남으로 소통할 때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 사랑스러운 말, 더욱 신뢰되는 말을 주고받을 수 있었으면 더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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