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랑/참좋은이웃

즐겁고 유쾌한 이웃

truehjh 2015. 3. 28. 20:01

 

오늘은 초등학교 근처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아주 신나게 느껴지는 날이다. 방학기간을 제외하면 학교 주변은 언제나 소리들로 가득하다. 오전 중에는 수업시간 마치는 종소리... 틈틈이 아이들 떠드는 소리...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마이크소리... 동아리 활동하는 장구소리... 그런 소리들만 항상 들린다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새로운 소리들도 늘 있었던 것 같다.

 

며칠 전 아이들이 하교하는 시간에 나도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들으려고 귀를 기울이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명랑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2~3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 넷이 내 뒤를 따라 오더니, 내 옆을 지나, 내 앞으로 가고 있다. 지그재그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경쾌하다.

 

앞에 가는 아이들은 여자아이 둘, 남자 아이 둘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서로 툭툭 치며 걸어간다. 심지어는 여자아이가 책가방을 지고 있는 남자아이의 등을 한쪽 다리로 올려 차기까지 한다. 그러면서도 히히덕거리고 종알댄다.

 

작은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에게 뭔가를 속삭이듯 말하더니 오른손이 자기 목으로 올라간다. “이거 비밀이야... 우리 엄마 알면 난 뎅강이야...”

무슨 비밀일까... 뒤에서 걷던 내가 다 궁금해진다.

 

그 녀석들은 장난을 치며 몇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다가 또 말을 건다.

“야... 외동이... 너 하나만 외동이야... 우리는 다 동생이 있어...”

나머지 한 아이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아니야... 나는 형이 있어...”

형이 있다는 소리에 아이들이 잠시 조용해진다. 부러운 걸까... 아니면 동생이란 존재가 버거운 걸까...

 

동생이 있다는 아이가 다시 말한다.

“내 동생 정말 바보 아니니?... 만원짜리 한 장 가지고 문방구 갔다가 5,000원이라 하니까 5,000원짜리 없다고 하면서 만원짜리를 반으로 짤라서 줄려고 하는 거 알아...”

“우하하하...”

“낄낄낄낄...”

 

이번엔 여자아이가 말한다.

“우리 동생 어제 바지에다 똥쌌다...”

“야... 더러워...”

“냄새나... 저리가...”

“아니야... 거짓말이야... 너네들 다 속았지...”

“깔깔깔깔...”

“키득키득...”

 

그렇게도 재미있을까... 나도 따라 빙그레 웃으며 걷는다. 즐겁고 유쾌한 이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