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러시아(2017)

[2017 휠체어합창단 모스크바공연&여행] 아르바트 거리

truehjh 2017. 8. 24. 20:07

2017.07.19.(2)

 

이즈마일 시장 주변의 호텔에서 화장실 문제를 편히 해결하고 2시가 넘어서 버스에 올랐다. 우리는 외무성 앞에서 내려 롯데호텔 근처까지 함께 가서 흩어졌다. 점심은 아르바트 거리에서 자유식이다. 어떤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대개는 무무라는 식당에서 하는 듯... 해님은 그녀의 지인을 만나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고 나도 함께 다니기로 했다.


아르바트 거리는 조금 전에 다녔던 재래시장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문화예술의 거리다. 푸쉬킨 동상, 빅토르최 추모벽화, 아주 오래된 건물 예술인의 아파트, 그 앞에 발레학원, 연극극장 등 곳곳에 예술가들의 흔적이 넘쳐난다. 우리는 지인이 사주신 케밥을 들고 먹으면서 거리를 누볐다. 길거리 전도하는 부부 앞에 잠시 머물면서 찬송도 들으며 상가를 기웃거리기도 했다. 이 거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까지 가서 눈도장을 찍은 후 발길을 돌렸다. 참고로 하자면 이 거리의 입구에 있었던 그분이 살고 있는 집의 건물이 가장 최근에 지어졌다는데 110년이 되었단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서 그분의 남편을 만났다. 그들은 도스토옙스키와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는 부부였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나는 열정적으로 도스토옙스키에 관련된 그들의 인생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리고 모스크바에 와서 처음으로 도스토옙스키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붉은 광장 주변을 다닐 때 도스토옙스키 동상을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그 남편을 통해 도스토예스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보상받은 기분이 들었고, 이렇게 우연히 생긴 기회로 만족하며 도스토옙스키역에 가보고 싶었던 마음을 접기로 했다.


아르바트 거리는 호텔과 가까운 곳이라고 하는데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거리지만 도로문제 때문에 가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모스크바는 자가용 소유자가 드물어 대중교통 수단인 메트로폴리탄(메트로 지하철), 무궤도 전차 등에 대한 시민들의 의존도가 아주 높다고 한다. 메트로는 모스크바 시의 도로형태를 감안하여 건설되었으며 정교하게 건축된 역들로 유명하다. 특히 러시아지하철은 방공 목적이 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깊다. 그래서 휠체어가 내려갈 수 없단다.




 

사실 모스크바에 와서 지하철을 타보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호텔 바로 건너편에 지하철역이 있어서 휠체어가 아니면 지하철을 타고 도스토예스카야역을 비롯해 몇몇 역은 꼭 가보고 싶었는데 그것이 가능하지 않은 상태다. 전철역까지 갈 수 없을 정도로 고관절이 아프다. 휠체어에서 일어서면 금방 발걸음을 띠기가 어렵다. 결국 전절역 가보는 것을 포기하고 530분에 호텔로 들어왔다. 바로 우리 방으로 올라가지 않고 조장의 방으로 가서 햇반과 참치를 넣은 김치찌개로 저녁을 먹고 수다의 시간을 보냈다.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즐겁기도 하지만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우리의 방으로 올라와 창문에서 내려다 본 전철역 주변엔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모두 저렇게 자유롭게 다니는데... 나는...



나에게 여행이란 무엇인가. 휠체어로 다니는 이 여행이, 수많은 휠체어가 함께 움직이는 이 여행이... 과연 지속 가능한 여행일까... 한 번 정도는 경험해 볼만 하지만 계속 이러한 방식으로 다니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 친숙한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다니는 여행이 아니고, 소통하기 어려운 많은 단원들과 함께 하는 여행 방법이 나에겐 좀 버겁다. 물론 합창 연주라는 큰 목표가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큰 동기부여가 되지는 않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밤이 깊어 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