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러시아(2017)

[2017 휠체어합창단 모스크바 연주&여행] 푸시킨미술관

truehjh 2017. 8. 28. 22:31

2017.07.20.(2)

 

푸시킨 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구세주 대성당에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다. 성당에서 나와 사람들이 붐비는 길거리에서 도보로 걷는 사람들과 합류하였다. 좁은 길에서는 휠체어 여러 대가 나란히 가려고 하니 부딪히기 일쑤다. 그래도 줄을 서서 다니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 맘이 놓인다.




푸시킨미술관은 푸시킨이라는 이름과 상관없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고대부터 현재까지의 미술작품이 나열되어 있으며 본관 옆에 있는 갤러리가 인기가 있다고 한다. 우리 모두가 미술관 앞에 도착했지만 복잡한 대로에 접해있는 사무실 입구에서 한참을 기다려야했다.





입장하는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뙤약볕 아래서 기다렸다. 스카프 하나로 러시아 여인을 연출하며 웃음을 만들면서 각자가 알아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옆문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입구로 가기 위해서는 옆문을 사용할 수밖에 없단다.




푸시킨미술관은 교육용 시설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안내하는 사람들이 구세주 대성당 사람들 보다는 친절하다. 둥그레진 눈으로 모든 이가 도와주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았다. 교육시설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럴까. 종교시설인 성당보다 관공서 같은 미술관 사람들의 의식이 더 인간을 배려하는 듯하게 느껴졌다. 1층은 소품으로 가득차 있었는데 소박하고 인내심 많은 러시아적(?)인 그림들이 맘에 든다.

  

맨 앞으로 가면서 감상하고 있는 나에게 영어를 하는 여자가 말을 걸었다. 분홍색 옷을 입은 그녀는 옷 색깔만큼이나 상냥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미소를 지녔다. 그녀의 안내를 받아 제일 먼저 2층으로 올라갔다. 여기 미술관 역시 엘리베이터의 내부가 너무 좁고 한 대씩만 오르내릴 수 있는 구조다. 사용해본지 오래된 것 같은 엘리베이터는 혼자 이용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협소하다. 2층에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있었다. 그림 두 점과 청동상 한 점이 내 마음을 홀렸다.


엄마의 키스


위로


하녀


3층은 유명작가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데 내가 그다지 선호하는 색감이 아닌 작품들이 많아 대충 흩어보고 다시 엘리베이터의 절차를 밟아 모이기로한 장소로 내려왔다. 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면서 건물 사이로 보이는 구세주 성당을 바라보았다. 인상 깊은 건축물이다.



모이기로 한 성당 정원으로 가는 길에 유료화장실에 들렸다가 정원으 안으로 들어갔다. 가까운 벤치 주위에 들러 앉아 점심 도시락을 먹었다. 베푸는 마음을 가진 여인들의 살림솜씨가 돋보이는 도시락이었다. 그들 덕분에 매끼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








3시 출발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면서 버스 안은 다시 수다 삼매경... 대단한 홍림과 영주... 그녀들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하면서 넋을 놓고 있었다. 30분 만에 호텔로 들어와 1차적으로 침대 위에 뻗었다. 이 표현이 적절한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고, 그 당시에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자세가 너무 힘들어 눕는 방법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근육이 굳어버린 듯하여 이제 걸을 수 없게 되면 어찌할까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한참을 그러고 누워 있다가 창가에 있는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컵라면을 찾아 먹고 믹스커피도 한잔 마신 후에 정신을 차리고 창밖을 내다보며 안정을 찾고 있었다. 다른 단원들은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쇼핑몰에 가 있단다. 하지만 난 그냥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두 시간쯤 후에 해님이 들어왔다. 7시 넘어 조장 방으로 가서 남은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다시 방으로... 오늘과 내일 밤을 지내면 집으로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