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시니어시대

경제력과 기초연금

truehjh 2021. 7. 1. 09:38

경제력과 기초연금

 

66세가 3개월 지난 후 기초연금이 통장으로 들어왔다. 65세가 될 즈음부터 기초연금을 신청하라는 문자를 여러 번 받았는데 미루고 있다가, 66세가 되어서야 신청했기 때문이다. 서류를 준비하면서 기초연금 관련된 인터넷문서나 유튜브를 찾아보았다. 기초연금은 수급자격 심사 결과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이면 받을 수 있다. 기초연금을 신청할 때 배우자가 없으면 혼인관계증명서가 필요하고, 집이 없으면 전월세계약서 사본이나 사용대차확인서가 필요하고, 관련 기관에 찾아가려면 통장 사본과 신분증이 필요하단다. 온라인상으로 해결하려면 복지로사이트에 들어가 보란다.

 

지난 1년간 내가 하위 70%에 속한다는 조건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향으로 생각을 많이 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신청할 수 없는 상위 30%에 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고, 또 달리 생각하면 집과 직장이 있는 상황에서 기초연금을 신청할 당위성을 만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만 65세가 되는 시점부터 받을 수 있는 연금이지만 만 66세가 지나면서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 웬만하면 기초연금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를 원해서 차일피일 미루었는데, 바보 같은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쪽방 사람들의 삶에 관심이 많던 사회복지사의 말이 생각난다. 쪽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이전에 사회에서 커다란 역할을 하고 사시던 분들이 있다고 했다. 가끔 그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하는 말을 자주 들었다. 젊었을 때는 빛나던 삶을 살던 그들의 노후가 비록 쪽방이라고 해도, 그것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몹시 씁쓸하곤 했다. 젊었을 때의 명성과 부와 권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노후에 쪽방으로 흘러들어와야만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나 역시 젊었을 때 가지고 있었던 자부심을 놓치고 살고 있다. 대단한 부는 아니었더라도, 엄청난 명예는 아니었더라도, 자존감을 지킬만한 여유는 있었다. 상위 20% 선에는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어렸을 때 아버지는 늘 우리에게 80점 정도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학교에서 100점을 받아오라고 강요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과외공부 한 번 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체육점수를 빼고는 늘 에 근접한 점수를 받았고 가끔 의 점수도 받아왔지만 부끄러웠던 적이 없었다. 60이 되기 전까지도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살았다. 내 인생은 늘 그런 범주 안에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나 스스로 상위 20%의 기준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위 70%의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상위 20%에 머물러 있기는커녕 30% 안에도 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그렇게밖에 살지 못했다는 낭패감과 후회감이 밀려온다. 뒤처지고 있는 내 삶이 씁쓸해서 더욱 그렇다. 그러니까 나의 형편이 아버지가 늘 말씀하시던 80점의 범주에서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물론 80점이 상위 20%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열을 가리자는 의미도 아니다. 그냥 내 삶에 대한 비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이미 경제적인 상황은 정리가 끝났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서 돈으로 환산되는 명예를 얻고자 하는 욕망에서도 자유로워졌다. 오피스텔에서 나오는 월세로 생활비에 보태면 연금 등으로 미니멀라이프가 가능한 상태다. 죽을 때 남겨놓을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간편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을 지나면서 포기할 것은 포기하게 하시고, 안 될 것은 가지치기해 주시고, 평화를 누릴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며 보다 단순해진 삶을 살기를 원한다. 집이든 은행이든 가진 것은 뭐든지 단순화시켜 놓고, 본향을 향해 방향을 두고 있으면 이끌리는 대로 그냥 가도 괜찮을 것 같다.

 

'Fact&Fiction > 시니어시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의 황금기  (0) 2021.08.11
소소한 즐거움  (0) 2021.07.21
황당한 꿈  (0) 2021.06.12
자가격리 형태의 삶  (0) 2021.04.03
66세... 생일축하  (0) 2021.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