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시니어시대

66세... 생일축하

truehjh 2021. 3. 25. 16:56

66세... 생일 축하

 

오늘은 지인들이 전해주는 생일축하 메시지로 행복한 하루를 열었다. 어제도 그랬다. 나의 태어남을 축하해 준 사랑하는 형제자매조카들, 우정 깊은 친구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형제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더 행복한 순간은 없는 것 같다. 충분히 사랑받은 느낌이 이런 것인가 보다. 살아있음의 신비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이 들어서 그리고 혼자 살면서 알게 된 깨달음이다. 그들 덕분에 아직까지는 홀로 사는 노년의 삶이 그리 쓸쓸하지는 않다. 생일축하가 부담스럽지 않은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기억하고 축하해준 지인들의 사랑으로 인해 행복함을 만끽한 하루다.

 

특히 이번 생일에는 축하받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서 축하를 받았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서로에게 지지가 되어주는 몇몇의 사람들이 보내주는 축하를 기대했는데, 한 사람도 빠지지 않았다. 작은 서운함이나 결핍이라는 감정이 한구석도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충족되었다. 강요받거나 인사말로 보내는 축하가 아니고 진심으로 기억해서 보내는 축하로 느껴져서 더 행복하다. 이렇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받은 생일축하는 이번으로 충분하다. 더 이상의 욕심을 내지 않겠다. 예순여섯 번째 생일을 지나면서 하는 다짐이다. 삶이 축제가 되던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는 차분히 앉아 살아있음을 감사하는 시간이다.

 

내가 보내는 사랑보다 더 많이 넘치는 사랑을 받고 사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차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갚을 날은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솟는다. 나는 사랑에 빚진 자로 살다가 죽는 수밖에 없다. 어쩌면 내가 더 이상 나누어 줄 것이 없다는 가난한 마음에서 비롯된 변명일 수도 있고, 지난 삶에 대한 정리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는 다짐은 진실이다. 그 대신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나도 늙어가고 있고 사랑하는 그들도 늙어가고 있으니, 남은 날들에는 그들에게 받은 사랑을 추억하며 살 수 있으면 된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하에서 은둔형 생활과 거의 비슷한 형태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하루하루 잘살고 있다. 그런대로 만족이다. 특별히 불편한 것도 없다. 이 나이에 특별히 바라는 것도 없고,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특별히 해야 할 일도 없으니 다행이지 아니한가. 주어진 시간을 감사하면서 그저 하루를 불평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도 축복이다. 욕심을 부려보자면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고, 하는 일이 즐거웠으면 좋겠고,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평안했으면 좋겠고, 다 함께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다.

 

예쁜 승연이는 올해도 어김없이 노란 프리지어 한 다발을 보내주었다. 멀리 스위스에서 날아온 상큼한 꽃향기다. 거실 가득한 프리지어 꽃향기 속에서 감사와 평온함을 맛보며 나도 그녀에게 감사의 마음 한 다발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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