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시니어시대

소소한 즐거움

truehjh 2021. 7. 21. 13:36

소소한 즐거움

 

해마다 여름이 짙어갈 때면 앞마당에 있는 자두나무에 자두가 싱그럽게 익어간다. 올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풍성한 열매를 매달고 있다. 틈날 때마다 잘 익은 자두를 따서 모으면 소쿠리가 금방 가득해진다. 예년에 비해 알도 크고 색깔도 곱다. 그중에서도 탐스럽고 먹음직한 것을 골라 한입 깨물면 새콤달콤함이 입안에 가득 고인다. 젊었을 때는 잘 먹지 않던 자두인데, 요즘은 그 특유의 맛이 좋아서 즐겨 먹는다. 긴 겨울을 견뎌낸 마른 가지에서 꽃봉오리가 나와 꽃이 피고, 새잎이 돋아 푸르러지고, 연둣빛 열매가 맺혀 검붉게 익어가는 과정을 날마다 지켜보아서 정이 든 맛인가 보다. 혼자 먹기는 아까운 맛이라 자두를 좋아하는 이웃들과 나누곤 한다.

 

싱싱한 자두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다. 나이가 들어서 알게 된 사소한 나눔의 즐거움이다. 자두뿐만 아니다.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갖가지 채소들을 나누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이, 호박, 가지 두세 개나 상추 한 움큼을 주고받으면서도 기쁘고 즐겁다. 사소한 것들이라도 함께 나눌 때 기쁨과 즐거움이 배가되니 용기가 생긴다. 예전 같으면 필요할 때 그냥 사 먹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 때문에 나누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게으름이나 불편함 때문에 나누기를 꺼렸을 것이고, 부담을 주거나 섭섭함을 느끼게 할까 봐 나누기를 망설였을 것이다. 다정한 마음을 나눌 줄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고, 소박한 행복을 하찮게 여기며 살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좀 더 넓게, 그리고 먼저,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가끔은 나이 들어서 나눌 것이 없다고 느껴지거나, 돈이 없고 능력도 없어서 나눌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때로는 나누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방법을 몰라서 나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잠시만 생각해 보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함께 한 끼의 식사를 나눈다거나, 아플 때 병원 길에 동행한다거나, 안부가 궁금하다고 전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음으로 나누는 말 한마디의 파급력은 대단하다. 힘들다고 할 때 위로의 한마디, 외롭다고 할 때 옆에 있어 주겠다는 말 한마디, 기쁜 일이 생겼을 때 축하의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는 경험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말 한마디가 힘이 되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나눔을 실천하기가 참 어렵긴 하다.

 

실제로 주고받고 나누는 일이 기쁘고 즐거운 일만은 아닐 때가 있다. 나누면서도 미안할 수가 있고 받으면서도 기분이 상할 수가 있다. 따라서 조심할 점도 있고, 주의할 점도 있다. 무언가를 나눌 때는 상대방에게 그것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먼저 잘 살펴보아야 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방법보다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나누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아닌가도 헤아려보아야 한다. 내가 주체할 수 없어서 나누는 것이 아닌가도 따져보아야 한다. 준다고 하면 무조건 좋아하는 이도 있지만 받은 만큼 돌려주어야 마음이 편한 이도 있다. 그러므로 넉넉한 마음으로 나누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려는 태도도 중요하다.

 

소소한 기쁨을 나누는 것이 불편하지 않은 관계를 형성하고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복이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라는 말도 있으니 나누어주고 살 수 있다면 그것도 복이다. 무언가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 바로 나눌 기회다. 그 기회를 지혜롭게 사용하면 된다. 나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나누며 살 수 있다면 더없이 즐거운 삶이 아니겠는가. 나눔이 의무라면 부담되겠지만, 즐거움이라면 오히려 더 많은 나눔이 이루어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나누면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이야말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 되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이끌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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