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시니어시대

황당한 꿈

truehjh 2021. 6. 12. 15:29

황당한 꿈

 

요즘 이승윤이라는 뮤지션이 핫하게 뜨고 있다. 나는 그를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애잔함을 느낀다. 무슨 이유일까. 겉으로 드러나는 유약한 모습 속에 감추어진 날카로운 예리함 때문일까. 웃으면서 꾸물거리며 말하는 그의 화법에서 수많은 갈등 속에서 빚어진 언어습관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언어 속에 숨어있는 그의 꿈과 현실의 부조화가 보여서 안타깝고,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그 만의 예술 세계가 궁금해서 걱정된다. 쓸데없는 걱정인 줄 알면서도 마음 가는 것이 정말 이상하다. 어쩌면 세파에 물들지 않은 청렴한 목사의 아들이라는 그의 배경을 알고 나서부터 생긴 동병상련인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늦은 밤, 친구가 보내준 유튜브 화면에서 그를 보았다. 독특한 매력을 풍기고 있는 어린 뮤지션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잠이 들었는데 엉뚱한 꿈을 꾸고 말았다. 아버지와 내가 마주 서 있는데 옆으로 다가온 어떤 사람이 장애를 가진 자식 때문에 아버지가 참 속상하셨겠다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소릴 듣고 장애를 가진 내가 더 속상하다고 말했더니, 그 사람은 계속 아버지가 더 속상하셨겠다고 주장한다. 내 말이 그에게 수용되지 않는 것 같아서, 나는 책상 위에 있는 물건을 내려치고 던지면서 내가 더 힘들다고 계속 어린아이같이 소리를 질렀다.

 

이건 꿈이야. 꿈속에서는 이렇게 흥분하고, 억울해하며, 소리를 지르며, 사물을 내던지며 감정을 폭발시키는구나. 나도 그럴 수 있구나. 아니 내 무의식은 엄청나게 폭력적이구나. 각성해야겠구나. 빨리 꿈에서 헤어나와야지. 꿈을 깨야지. 눈을 떠야지. 정신을 차려야지. 땀을 흘리며 애써서 의식을 불러냈다. 의식과 무의식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였나 보다. 내 안에 숨겨져 있던 폭력성을 확인하는 순간, 그렇게 노출되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 잠에서 깨어 나왔다.

 

꿈에서 소리를 질렀을 뿐인데 목이 불편한 것 같이 느껴져 목을 한번 쓰다듬고,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베개에 파묻고 다시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 황당한 꿈 생각을 했다. 안타까운 마음이 가는 한 인간의 허상을 통해 오버랩되어 보이는 내 모습이 참으로 당황스럽다. 자족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유폐시키고 있는 나, 한편으로는 타인에게 드러나 보이고 싶은 유혹으로 고통당하는 나,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는데 스스로 만족했다가 실망했다가를 반복하며 살고 있는 나, 그러한 내 모습이다.

 

나이 들어서는 한 가지 감정에 몰입하여서는 안 되겠다. 반드시 후유증이 생긴다. 특히 우울감이나 절망감이 섞인 걱정은 아주 치명적이다. 외톨이가 된 것 같은 감정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원망하는 것은 아니다. 나 자신에 대한 연민으로 웃었다 울었다 하는 것일 뿐이다. 아직도 나는 남을 돌보며 살아야 한다는 억압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나 보다. 엄청나게 많은 돌봄을 받고 살면서도 돌봄 받는 것을 또 엄청나게 부담스러워하며 살고 있으니 나는 참 이율배반적이다.

 

전화상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냐고 물으면 아주 잘 지낸다고 대답하곤 한다. 아기 때부터 혼자 놀기를 잘했기 때문에 늙어서도 혼자서 아주 잘 놀고 있다고 씩씩한 목소리로 말한다. 어렸을 때도 방 안에서 지냈기 때문에 나이 들어서도 방 안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큰 소리로 웃으며 말한다. 과연 난 잘 지내고 있는 것인가. 시시때때로 보살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대하면서도 마음이 무너지면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 속절없이 쓰러지지 않으려면 장점을 보수하고 발전시키려는 방향성과 단점을 개선하고 바꾸려는 방향성을 잃어버리지 말고 지켜내야 한다. 거기다가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살아야 하는 나이가 되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둥지가 따뜻하다고 독선을 부리며 계속 머물러 있으면 위험하다.

 

'Fact&Fiction > 시니어시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소한 즐거움  (0) 2021.07.21
경제력과 기초연금  (0) 2021.07.01
자가격리 형태의 삶  (0) 2021.04.03
66세... 생일축하  (0) 2021.03.25
홈리스와 하우스리스  (0) 2021.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