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umantary&Faction/My Story In His Hand(1955~ )

실버시대 - 루틴 점검

truehjh 2025. 12. 30. 12:27

루틴 점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새해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를 모색해 보려 하지만, 새로운 생각은 떠오르지 않는다. 대신, 한 살 더 먹는 내 상황을 분석해 본다. 70대 초반은 노화(aging)와 노쇠(frailty)의 갈림길이다. 그리고 노쇠와 싸울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다. 이 시기에는 뇌기능 유지와 운동기능 유지가 아주 중요한데, 이때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 의욕 저하란다. 의욕 저하는 뇌기능 즉 시상하부 또는 전두엽의 기능 저하를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의욕 저하를 얼마나 막아내느냐가 노쇠의 속도를 늦추는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철학자 로랑스 드빌레르는 새로운 시작을 주저하고 현상 유지에 만족할 때 우리는 늙는다.’라고 했다. 그래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나만의 루틴을 새롭게 교정해 보기로 했다. 이전 영태리에서의 내 루틴은 아침에 성경읽기, 4시간 글쓰기 작업(50분마다 일어서기), 책읽고, 음식하고, 청소하고, 운동하고, 예배드리고였다. 이제 새로운 환경으로 들어왔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하루하루의 행동 원칙인 루틴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세우며 노년의 삶의 방식과 태도를 정리해 본다.

 

즉 아침에는, 침대에서 누운 상태로 스트레칭을 한다. 일어나서는 책상 앞에 앉아서 성경을 읽으며 묵상한다. 아침 식사로 달걀과 사과와 견과류 등을 준비한다. 컴퓨터를 켜고 뉴스를 살피고 인터넷 서핑을 통한 세상 구경을 하면서 아침을 천천히 먹는다. 식사 후에는 글쓰기를 하거나 책을 읽는다. 나 자신과 마주하며 대화하는 시간이다. 삶을 기록한다는 기록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성찰한다. 또한 새로운 것들을 찾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물론 주일은 제외다.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는 시간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순간이다.

 

점심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과 섬유질을 포함한 간편식을 한다. 주방 설거지를 마친 후 청소, 빨래 등 깨끗한 주변 환경 확보를 위한 집안일을 한다. 그리고 이틀에 한 번은 쓰레기 버릴 것을 찾아서 들고 나간다. 산책을 위한 시동 걸기다. 위 기능이나 뇌 기능의 저하를 막으려면 몸을 움직여야 한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지 않으려고, 그리고 세로토닌 상승을 위해 햇볕을 받으며 아파트 한 바퀴를 돈다. 20분 정도 걸린다. 살짝 땀이 날 정도이니 나에게 딱 적당한 거리다. 하루건너 한 번은 무조건 나가려 하는데, 기온에 따라서 오전 시간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때때로 전화나 줌으로 지인들과 안부 인사를 나누며 수다의 시간을 가지거나 반가운 방문객을 맞기도 있다.

 

저녁에는, 필요한 음식을 만들어 밥과 반찬을 차려놓고 제대로 된 식사를 한다. 특히 균형 잡힌 먹거리로 식사 내용을 채우려고 신경을 쓴다. 식사하는 시간을 늘리기, 잘 씹어서 넘기기, 있는 반찬 뚜껑을 다 열어놓고 한 번이라도 먹기, 무엇을 먹을까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기 등이다. 한 끼 때우는 식사가 아니라 정성스럽게 차려서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어야 한다. 식사 짝꿍이 없다고 투덜대지 말고, 남들이 먹는 방식과 양과 종류에 대하여 신기하게 생각하지 말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화면을 보면 먹고 싶다고 생각하기로 마음먹는다.

 

밤에는, TV를 통해 뉴스나 재미있는 드라마, 혹은 여행이나 특별한 이슈 관련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잠자리에 들어서는 내일 잘 살기 위해 무엇을 해주세요가 아니고 오늘 하루를 잘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기도를 드린다. 매일 감사의 기도를 올리면 기도의 내용과 태도가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젊었을 때는 정신의 건강을 우선으로 했다면 이제는 몸의 건강을 우선으로 여기며 하루하루 닥치는 대로 즐겁게 사는 것이 건강한 노년을 위한 대처 방법이다.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뇌기능과 운동기능을 유지하고 우울감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루틴을 수정해 보았다. 그렇다고 삶의 영역을 제한해 놓은 것은 아니다. 평범한 노년을 보내기 위한 기본 틀 정도로 여기면 된다. 가끔 특별한 계획을 세우는 것도 가능하다. 같이 늙어가는 사랑하는 형제자매들과 함께 여행한다거나, 보고 싶은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관계의 깊이를 더하는 만남을 가질 수도 있다. 미술관이나 고궁을 혼자 돌아다니다가 특별한 음식을 사 먹을 수도 있다. 평소에 궁금했던 인문학 강의도 찾아다닐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꿈같은 바람 사항이라고 의욕을 저하시킬 필요는 없다. 작은 꿈, 소박한 목표를 세우고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노년이 행복해지는 생활방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