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너머로 달리는 말 / 김훈 - 문명과 야만의 뒤엉킴에 저항하는 생명의 힘! - 말(言)에 홀려서 땅에 내려앉지 못하고 허공을 떠돌며 바람에 밀려다니는 마음들을 목왕은 크게 걱정했다. 초의 선왕들은 기록된 서물(書物)로 세상을 배우지 못하도록 엄히 단속했다. 칼이나 활을 쓰는 법, 낙타를 모는 방법을 문자로 기록해 놓으면, 어리석은 자들이 곳간에 고기가 쟁여 있는 줄 알고 더 이상 익히려 하지 않아서, 몸은 나른해지고 마음은 헛것에 들떠, 건더기가 빠져나간 세상은 휑하니 비게 되고 그 위에 말의 껍데기가 쌓여 가랑잎처럼 불려가니, 인간의 총기는 시들고 세상은 다리 힘이 빠져서 주저앉는 것이라고 목왕은 말했다. 에 이와 비슷한 언설이 거듭되고 있으므로, 가르침이 후세의 왕들에게 이어져왔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