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 291

[노트] 출간 이후의 늪

는 원래 6개월 전에 완성하려고 했다. 그러나 교정을 하다 보니 너무 징징거리며 쓴 글 같아서 교정작업이 영 손에 잡히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핑계로 계속 미뤘다. 시간을 질질 끌며 게으름을 부렸다. 어쩌면 무력감이 원인일 수도 있다. 지독하게 무력한 시간을 보냈다. 그 와중에 수차례에 걸친 원고 교정을 겨우 마무리 짓고, e-pub파일의 제작단계를 거쳐, 유통사에 보냈다. 내 손에서 떠나버리고 난 바로 다음 날 상용화되었다는 소식을 받았다. 그 즉시 구입해서 쭈욱 흩어보았다. 맥이 쭈욱 빠지는 듯했다. 뇌파도 잠시 멈추는 듯했다. 그대로 나락의 감정에 몰입되기 전에 우선 패북과 그 밖의 SNS에 올려야 했다. 홍보라기보다는 한꺼번에 지인들에게 고백하기 위함이다. 여러 사람이 축하하며 인사말을 남..

[영태리집] 2019년 성탄과 연말을 맞으며

성탄과 연말을 맞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뒤돌아보는 것일 뿐이라 아쉽고 씁쓸하다. 여행기 쓰다가 한 해가 다 간 것 같기도 하고... 여행 계획하다가 한 해가 다 간 것 같기도 하고... 여행 빼면 한 해동안 한 것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여행길에서 2년차 독립생활에 적응하며 순간 순간 열심히 살았고, 감사하며 살았고, 잘 먹고, 잘 자며 지냈다는 고백도 해야 할 것 같다. 영태리에서 두 번째 맞는 크리스마스... 첫 번째 크리스마스에 받은 선물 장식으로 다시 메리크리스마스...^^

[영태리집] 가을 태풍

가을 태풍 궁금해서 창문을 다시 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바람은 작은 나뭇잎을 흔들더니, 이젠 제법 강해져서 나뭇가지들 까지 흔들고 있다. 잠시 후에는 바람소리가 윙윙거리고 거세지더니 키가 큰 풀들도 쓰러질 듯 흔들린다. 로봇청소기를 돌렸다. 창밖의 소리를 덮어버리는 청소기의 진동소리 덕분에 내 심장은 잠시의 여유를 되찾는다. 청소기가 제 일을 마치고 조용해지면 다시 돌렸다. 로봇청소기를 두 번씩이나 돌렸는데도 아직 태풍은 지나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물걸레 청소기를 꺼내 들었다. 벽에 쿵쿵 부딪히며 청소기가 계속 돌고 있다. 와르릉 쾅쾅 바람소리도 더 거세지고 있다. 청소기 소리가 바람 소리보다 약해질 때쯤 창문을 닫았다. 바람 소리 무서워 청소기 소리로 대체해 보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두근거리는..

[영태리집] 교회가족

교회가족 교회가 가족이 되어주겠다는 한 편의 설교에 이끌려 운정교회에 등록을 했다. 적을 두고 다닐 교회를 결정하지 못했던 오랜 갈등을 말끔하게 해결해 준 한방의 결정타였다. 가족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왜 나는 가족에 목말라하는가. 가족은 누구이며 무엇이어야 하는가. 나는 가족이라는 이름에 대하여 어떤 로망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로망이란 이루고 싶거나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을 말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나에겐 로망일 뿐일까. 그리고 독립적인 삶을 꿈꾸는 것과 가족관계를 꿈꾸는 것이 상반된 개념일까. 아니다. 독립적인 삶을 살아도 가족관계처럼 친밀한 관계가 인간에게는 필요하다. 그래서, 그러므로 그 로망을 이루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