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 291

[토픽2수업] 첫 수업

이 나이의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한국어 가르치는 자원봉사, 어제 그 첫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 첫 수업을 준비하는 동안 가르치는 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교회학교 여름성경학교 보조교사로 시작하여, 대학생 시절에는 과외교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교회학교 유년주일학교와 중고등부의 교사로 지냈다. 20대 후반에 교회에서 가르치는 일을 잘하는 좋은 교사가 되고 싶어 연신원 기독교교육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 후에도 교회대학부 지도교사, 청년부 지도교사의 자리에 오래동안 있었다. 중장년시절에는 장애여성학교 글쓰기교사로 봉사한 적도 있다. 약사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교사라는 일에 더 만족감과 보람을 느끼고 살았다. 나에게 교사라는 단어의 의미..

[영태리집] 버리기(2) - 나의 글쓰기 입문

1/3 버리기 실행을 하다가 발견한 감사패다. 이것도 못 버리고 있는 추억 중의 하나! 부서져가는 케이스만 버리고, 조그만 감사패는 또다시 남겨두고 말았다. 약대를 졸업한 다음 해, 관리약사로 일하면서 약사공론사가 주최하는 약사문예 모집에 수필 한 편을 보냈다. 그 글이 약사공론에 실리고 좋은 심사평을 받았다. 별 것도 아닌 그 기억이 평생을 간다. 그 후로는 감히 글을 내보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았다. 일기나 독후감을 써서 나의 비밀노트에 남겨 놓곤 했을 뿐이다. 그당시에는 일기야말로 가장 친한 나의 친구였다. 지금은 글쓰기가 나의 친구다.

[영태리집] 버리기(1) - 요리책과 시집

올해는 ‘소유물의 1/3 버리기’가 목표다. 10년 전쯤에도 비우고 버리기를 목표로 삼은 적이 있다. 그때는 정신적인 욕망들을 비워내는 것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사물들 특히 책이나 옷, 그 밖의 잡동사니를 버리고 비우려 한다. 가구나 의복과 살림 도구는 최소한으로 가능하게 남겨 놓을 것이다. 이 목표는 마지막 집으로 가기 위한 준비 중의 하나다. 마지막 집이란 엄밀한 의미에서 나의 의지가 작용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집이다. 그때가 언제가 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의 집일 것이다. 공간이 넓으면 숨통이 트여 좋겠으나 현재 나의 경제 상황에 맞추려면 넓은 공간을 고집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1/3 버리기의 첫번째 타자(?)는 요리책! 24살의 나이에 망원동에서 주영약국을 개설하고, ..

[토픽2수업] 마지막 Voluntary-Service 기회일 수도

삶에 대한 불안이 권태로 이어지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무능감이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하나님, 제발, 이렇게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평온함 속에서 나를 데려가 주시면 좋겠어요.’라는 기도만 되풀이하며 살았다. 정말 이 세상에서 할 일이 별로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삶의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해도 이성에 의지한 노력일 뿐 감정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나는 현재의 살아있음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살아있음이었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울부짖었다. 이 지난한 삶에 의미와 활기를 주는 일을 찾고 싶었다. 2022년도의 기도 제목은 ‘이웃과 더불어 의미 있는 일을 만나게 해 주세요.’였고, 2023년도 기도 제목은 ‘..

먹거리 - 시래기의 변신

동생 농부는 지난 가을 무를 수확하고, 남은 줄기를 자두나무 옆에 줄을 매고 가지런히 걸어두었다. 2~3개월 시간이 흐르고, 그동안 눈비 맞고 견뎌서 줄기가 뻣뻣해졌고, 만지면 잎이 부스러질 정도로 잘 마른 시래기가 되었다. 며칠 전에 시래기를 밭에서 거두어 가면서 나에게도 몇 줄기 가져다 주었다.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인터넷을 찾아 시래기 삶는 방법과 저장 방법을 알아보았다. 그리고는 내 마음대로 적당히 손질해 보았다. - 우선, 잎이 부서지지 않게 찬물에 담가 24시간 동안 불려 놓는다. - 불려 놓은 시래기를 흐르는 물로 씻은 후, 시래기가 잠길 정도로 물을 넣고 끓인다. - 센 불로 시작해서 끓어오르면 중간 불로 40분 끓인 후 불을 끈다. - 뚜껑을 닫은 채로 30분간 뜸을 들인다. - 그대로 놔..

따로&같이/Food 2023.01.17

[행복주택] 행복주택 서류 제출

행복주택 서류 제출 2020년 7월에 영태리 주택 소유권을 다 정리한 후부터 마지막 거주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아파트를 새로 구입하는 것은 이 나이에 짐이 될 것 같아서, 임대분양이나 공공임대주택 혹은 실버센터를 염두에 두고, LH 청약센터 관심 지역 알리미 서비스를 통해 교회와 동생집 주변의 임대주택관련 소식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1일에 GTX 운정역 예정지 근처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공고문을 접하게 되었다. 별 고민 없이 접수해보자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냥 이끌리는 대로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작은 오피스텔 소유가 문제 될지도 모르겠지만, 우선 건축물대장상 오피스텔로 나와 있으면 주택소유자가 아니라는 정보를 믿기로 했다. 나는 고령자 공급대상 조건으로 하는 청약 신청서를 접수했다..

먹거리 - 잡채

어젯밤에 누웠는데, 오라는 잠은 안 오고, 아스라하게 밀려오는 그리움, 그속을 헤매다가 갑자기 잡채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추억이나 의미도 없는 그냥 단순한 먹거리일 뿐인데 눈물이 날 정도로 간절해지는 잡채 식욕... 야밤에 쿠팡앱을 열어 로켓프레쉬로 주문 성공. 평소의 내스탈(?) 절대 아니지만, 나이드니 이런 일도 가능! 아침 일찍 문앞으로 배달된 밀키트 받아서 점심 식탁에 잡채를 올리고 맛있게 얌얌... 이러는 내 모습이 너무 웃겨서 또 눈물이 나왔다.

따로&같이/Food 2022.12.27

[노트] 삶과 에세이 <액티브시니어의 낭만>의 보도자료

일과 에세이 출간 이후, 거의 1년 동안 매달렸던 삶과 에세이 이 완성되었다. 부제는 – 지금 여기서 나로 살기 –. 유통사에 보내놓고 나니, 후련하다. ‘나이 들면 입을 닫고 지갑을 열라’는 명언(?)이 있다. 그런데 난 열 지갑은 없고, 속에 있는 말은 하고 싶다. 아마도 계속해서 글을 쓰는 이유일 게다. 더 나이가 들면 하고 싶은 말도 없어질 것이고, 그러면 쓸 말도 없어질 것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거의 끝나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할 말이 이렇게도 많았는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