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 291

[영태리집] 혼밥 혼잠 풍경

혼밥 혼잠 풍경 배가 고파지지 않아 띄엄띄엄 식사를 하니 몸 어딘가가 무너지는 것 같아 일주일에 한 번은 육류를 일주일에 한 번은 어류를 일주일에 한 번은 콩류를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꼭 챙겨 먹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한 어제 저녁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육류 한 덩이를 꺼내 프라이팬에 얹어놓고 돌돌 말아 얼려 보낸 막내 솜씨 기특해 이리저리 돌려가며 골고루 굽기 시작 커다란 식탁 위에 총각김치 한 조각, 절인 마늘 한 쪽 코닝접시에 차려놓고 전날 먹다 남은 밥 두 숟가락과 식어가는 고깃덩이 꼭꼭 씹어 넘겨서 황녀(?)의 소박한 성찬을 마무리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최종화를 혼자 보고서 먹먹해진 가슴 때문인지 불안한 미래 생각에 잠겨 골똘히 궁리하고 있는 머리 때문인지 다섯 시간 이상 잠잠하게 있던 위 속..

[영태리집] 더위 탓이다

더위탓이다 눈 깜박할 사이에 스쳐 지나가던 거울 속의 두 눈이 오늘은 한참이나 머물러 있으면서 나를 보고 있다. 더위 탓이다. 아, 내 얼굴이 저렇게 생겼구나. 아, 내 표정이 저렇게 덤덤하구나. 사춘기 시절 이후 이처럼 긴 시간 동안 거울 안의 나를 쳐다보고 있은 적은 없는 것 같다. 더위 탓이다. 생동감 넘치던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만사에 흥미를 잃은 흐릿한 눈동자가 축 늘어진 눈꺼플 아래서 내 얼굴을 향해 보내고 있는 시선이 힘겹다. 더위 탓이다.

[노트]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이유

오랜만에 지난 일기들을 펴 보았다. 일기장 속에 가득한 글들과 기도들을 통해 내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 엄마가 돌아가신 해, 바로 내가 회갑을 맞던 해에 하나님은 참북스를 통해 나의 오랜 기도에 응답해 주셨다. 잊어버리거나 감격이 희미해져 갈 때마다 나는 그 순간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수시로 순간의 감격을 잊어버리고 헤매고 또 헤매다 돌아왔다가 또다시 헤매기를 되풀이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삶을 살 수 있다. 사람에게 유익을 줄 수 있는 책을 만들면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감사하며 살 수 있다. 잠시,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외로움과 고통을 약으로 삼아 감사의 삶으로 전환할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자상하게 보살피시는 하나님의 은총에 기쁜 마음으로 화답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시..

[영태리집] 너 주의 손에 이끌리어...

너 주의 손에 이끌리어 일평생 주를 바라면 너 어려울 때 힘 주시고 언제나 지켜주시리 주 크신 사랑 믿는 자 그 반석 위에 서리라 너 설레는 맘 가다듬고 희망 중 기다리면서 그 은혜로신 주의 뜻과 사랑에 만족하여라 우리를 불러 주신 주 마음의 소원 아신다 주 찬양하고 기도하며 네 본분 힘써 다하라 주 약속하신 모든 은혜 네게서 이뤄지리라 참되고 의지하는 자 주께서 기억하시리 .............!! 1부 예배드리고 집으로 오는 길... 눈물 가득, 코맹맹이 소리로 찬송을 하며 운전대를 잡았다.

[영태리집] 주일 아침 예배

5월의 둘째 주일... 비 온 다음 날 오전 7시... 조용하고 촉촉한 대기를 마주하며 교회 가는 길... 어제 하루 종일 비가 오고 잠시 소강상태였다가 다시 지난밤에도 비가 와서 아침 공기는 투명하고 상쾌하다. 깊은 밤에는 육신의 고통으로 뒤척이며 몸부림쳤지만... 기도를 드릴 수 있는 마음을 주시고 교회를 찾아갈 수 있는 의지를 주시고 예배에 참여할 수 있게 하심이 감사하고 또 감사해서... 가슴을 열고 머리를 숙이는 아침

[노트] 주소변경

이사를 하니 출판사와 관련해서 해야 할 일들이 몇 가지 있다. 출판사등록허가증의 주소를 변경해야하고, 사업자등록증의 주소도 변경해야 한다. 홈텍스에도 신고하고, 그리고 유페이퍼에도 신고해야 하는지 알아봐야 한다. 지난 25일 파주시청 문화예술과에 가서 주소변경 신청을 하고 중앙민원실에 가서 허가변경신청을 했다. 주소이전하고 20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고 해서 달려갔다. 일주일이 지났는데 연락이 오지 않아서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어제 문화예술과를 다시 찾아갔다. 주소 변경된 출판사등록증이 나와 있었다. 그것을 가지고 세무소를 찾아갔는데, 등록증 필요 없이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니 그 자리에서 주소 변경된 사업자등록증이 나왔다. 세무소에서 간단하게 처리가 되어서 편한 마음으로 돌아오다가 신호위반을 했..

[영태리집] 2018년, 새롭게 시작되는 영태리의 봄

새롭게 시작되는 영태리의 봄 2018년 4월 3일 드디어 영태리로 이사를 했다. 이사하고 며칠 지나 황사 섞인 눈이 내리던 날에 거실 창문에서 찍은 앞마당의 풍경이다. 공사와 이사가 남긴 쓰레기 더미가 가득한 잔디 위에 풀이 죽어 서 있는 나무들 몇 그루... 내 마음 같아 안쓰럽다. 그리고 또 보름쯤 지나 봄비가 내렸다. 여름 소나기처럼 굵은 빗줄기였지만, 봄비였다. 그리고 봄이 스스로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 연두색 잎새들을 찾아왔다. 봄기운 가득한 촉촉한 대기 속에서 풀들은 숨쉬기를 고르며 뿌리 깊게 내릴 차비를 단단히 한다. 봄은 곧 가겠지만, 거친 봄비로 생명을 틔운 나무들은 푸르게 더 푸르게 다음 계절을 꿈꾸며 서 있겠지. 봄비 내리기 전에 동생은 집과 공장 주변의 유실수들을 정리했다. 대추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