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생일일기 61

_예순아홉 번째 생일

칠순 생일 어느새 내가 칠순을 맞이했다. 칠순을 달리 일러 종심이라고 한다는데, ‘나이 70이 되니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도 도(道)에 어그러지지 않았다’라는 공자(孔子)의 말에서 나왔다고 한다. 나도 종심의 나이가 되었으니, 이제는 좀 뻔뻔해져야 할 것 같다. 뻔뻔해져야겠다는 표현은 뻔뻔하게 살아야 할 것 같다는 말이다. 나는 너무 노심초사하며 살았고, 지금도 노심초사하며 살고 있다. 타인과 평화롭게 살기 위하여 나의 권리를, 감정을, 마음을 도에 지나치게 무시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공자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도 도에 어그러지지 않았다’라고 하니, 나도 이제부터는 심하게 자기검열 하지 말고, 남의 눈치 너무 보지 말고, 내 감정에 노심초사하지 말고, 마음이 이끄는 것에 용기백배하여..

_예순여덟 번째 생일

2023.03.15 스위스(?)에서 보내온 프리지어 꽃향기로 생일 아침을 열었다. 부지런한 우체국 배달 기사 덕분에, 이른 아침에 만나는 선물이다. 현관 밖에 놓인 상자를 가지고 들어와 열어보니, 쌍둥이(?) 프리지어 꽃다발이 짠~~~ 오전 내내 프리지어 꽃향기에 취해 축하 메시지와 전화에 감사의 답을 하면서, 뭔가 마음이 부산한 시간을 보냈다. 꽃을 화병에 꽃고, 세탁기를 돌리고, 동생 가족과 함께 나가서 점심을 먹고, 커피와 케익을 사들고 들어와 수다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아직 보지 않은 드라마 '더 글로리'와 '나는 신이다'라는 프로가 주요 화제였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도토리는 자기 집에서 한 보따리 싸 들고 온 음식 재료로 요리를 한다. 토마토, 브로콜리, 양배추, 당근, 양파, 샐러리, ..

_ 예순일곱 번째 생일

오늘 점심에는 오빠네 식솔들이 생일을 축하해 주러 오셨다. 26개월 아기 손주녀석 재롱 덕분에 온 집안이 웃음꽃이 만발... 살아있음의 신비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생일축하가 부담스럽지 않은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기억하고 축하해준 지인들의 사랑으로 인해 행복함을 만끽한 하루다. 67세(만 나이)라 하면 뭔가를 시도할 수도 있는 나이 같은데 68세(우리 나이)라 하면 뭔가를 시도하면 안 될 것 같은 나이... 삶이 축제가 되던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는 차분히 앉아 살아있음을 감사하는 시간. - 덧글(2022.03.17) - 해마다 승연이가 보내주던 프리지어 꽃다발이 올해는 이틀 늦게 도착했다. 거실 가득한 프리지어 꽃향기 속에서... 감사와 평온함을 맛보는 순간이다! 이제는 기다림이 되어버린 프리지어 꽃향기...

_ 예순여섯 번째 생일

2021.03. 오늘은 예순여섯 번째 생일, 지인들이 전해주는 생일축하 메시지로 행복한 하루를 열었다. 어제도 그랬다. 나의 태어남을 축하해 준 사랑하는 형제자매조카들, 우정 깊은 친구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형제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더 행복한 순간은 없는 것 같다. 나이 들어서 그리고 혼자 살면서 알게 된 깨달음이다. 그들 덕분에 홀로 사는 노년의 삶이 그리 쓸쓸하지는 않다. 아직까지는... ㅎ..ㅎ.. 특히 이번 생일에는 축하받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서 축하를 받았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서로에게 지지가 되어주는 몇몇의 사람들이 보내주는 축하를 기대했는데, 한 사람도 빠지지 않았다. 작은 서운함이나 결핍이라는 감정이 한구석도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충족되었다. 강요받거나 ..

_ 예순다섯 번째 생일

2020.03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오늘도 아침에는 영상으로 주일예배를 드렸다. 점심에는 도토리 식구들과 함께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했다. 생일 축하를 핑계삼아 거의 한 달 만의 외출을 도와준 고마운 동생식구들이다. 맛있게 먹고 들어오니 거실에서는 연이가 보내준 프리지어가 향기를 내뿜고 있다. 한결같이 은은한 향을 느낄 수 있어 기분이 좋아진다. 생일을 기억하고 전화로 문자로 축하해 주는 사랑하는 사람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다 보니 하루가 다 갔다. 무심한 인생길을 걷다가 문득 만난 어느 날의 소박한 즐거움이 나를 위로하고 있다. 예순다섯 번째의 생일인 오늘로써 명실공히 자타가 공인할 수밖에 없는 노인의 반열에 들어섰다. 시쳇말로 하면 지공족이다.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으며 기초연금을 신청할 수 있..

[바람소리] 예순다섯 살의 그대에게

예순다섯 살의 그대에게... 예순다섯 살의 그대에게 다시 편지를 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쉰다섯 살의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10년 후에도 글을 쓸 수 있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소박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그대에게 다시 편지를 쓰겠다’라고 약속했었습니다. ‘그때까지 부디 아름다운 미소 짓고 살아가라’는 염원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생동감 넘치는 미소였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텐데, 힘없이 웃는 모습이 조금은 아쉽습니다. 그러나 잘 살아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지난 10년간 그대는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많은 일을 남겨놓은 것이 사실입니다. 노화되어 가는 자신의 몸을 보며 힘겹게 보낸 갱년기의 기록, 소리들의 일을 하며 기록한 꽃관련 에세이의 기록, 도토리와 함께한 성장일기이며 다정한 ..

_ 예순한 번째 생일

이번 생일에는 로즈온리 덕분에 프리지어 꽃다발을 여러 개 받았다. 어제 아침에도 승연이가 보낸 프리지어 꽃다발을 받았다. 아직 다 피지 않은 연두색 꽃망울들이 옹기종기 가득한 가운데 연둣빛 꽃송이들 사이에서 샛노란 꽃잎들이 조금씩 열리고 있는 싱싱한 꽃다발이다. 점심에는 그녀와 함께 광화문에 있는 고려삼계탕집에서 삼계탕을 먹으며 아날로그식 축하를 즐겼다. 1960년에 시작했다니 내 나이보다 조금 적은 기간 동안 지속된 음식점이다. 여기저기서 외국인들도 삼계탕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요즘은 디지털식의 생일 축하 방법도 많다.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는 이유는 생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SNS가 대놓고 축하해 주라고 하니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어제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