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생일일기

_ 예순다섯 번째 생일

truehjh 2020. 3. 15. 21:19

2020.03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오늘도 아침에는 영상으로 주일예배를 드렸다. 점심에는 도토리 식구들과 함께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했다. 생일 축하를 핑계삼아 거의 한 달 만의 외출을 도와준 고마운 동생식구들이다. 맛있게 먹고 들어오니 거실에서는 연이가 보내준 프리지어가 향기를 내뿜고 있다. 한결같이 은은한 향을 느낄 수 있어 기분이 좋아진다.

 

 

 

 

 

 

 

생일을 기억하고 전화로 문자로 축하해 주는 사랑하는 사람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다 보니 하루가 다 갔다. 무심한 인생길을 걷다가 문득 만난 어느 날의 소박한 즐거움이 나를 위로하고 있다.

 

예순다섯 번째의 생일인 오늘로써 명실공히 자타가 공인할 수밖에 없는 노인의 반열에 들어섰다. 시쳇말로 하면 지공족이다.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으며 기초연금을 신청할 수 있는 나이다. 그런데 나는 이제 겨우 생활인의 발걸음을 내딛는 기분이다. 먹고 사는 일이 조금 수월해진 것 같아서다. 분가하고 혼자의 삶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2년 걸렸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것 같고, 약간 다른 시각으로 만사를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좋다. 내가 처해 있는 주변이 변한 건 없지만 자신과 주변을 바라보는 내가 새롭게 보인다. 시선이 바뀌니 여유가 생긴다고 해도 괜찮겠다. 어쩌면 나는 65세부터 나답게 살게 될는 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진정한 나로 살기가 되는 삶 말이다.

    

인생이란 별 것 아니다. 그저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알콩달콩 사이좋게 살아가는 것이 최고의 삶이라고 하고 싶다. 물론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는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 생각이겠지만 평범하게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고 행복인 것 같다.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외롭다고 떠들어대지 말고, 내가 말을 걸 수 있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다. 꿈꾸지 말고, 욕심부리지 말고, 현재를 잘 가꾸는 삶을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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