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생일일기

_예순여덟 번째 생일

truehjh 2023. 3. 15. 20:30

2023.03.15

 

스위스(?)에서 보내온 프리지어 꽃향기로 생일 아침을 열었다. 부지런한 우체국 배달 기사 덕분에, 이른 아침에 만나는 선물이다. 현관 밖에 놓인 상자를 가지고 들어와 열어보니, 쌍둥이(?) 프리지어 꽃다발이 짠~~~

 

 

오전 내내 프리지어 꽃향기에 취해 축하 메시지와 전화에 감사의 답을 하면서, 뭔가 마음이 부산한 시간을 보냈다. 꽃을 화병에 꽃고, 세탁기를 돌리고, 동생 가족과 함께 나가서 점심을 먹고, 커피와 케익을 사들고 들어와 수다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아직 보지 않은 드라마 '더 글로리'와 '나는 신이다'라는 프로가 주요 화제였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도토리는 자기 집에서 한 보따리 싸 들고 온 음식 재료로 요리를 한다. 토마토, 브로콜리, 양배추, 당근, 양파, 샐러리, 감자, 버터, 소고기 등등이 식재료다. 거기에다 각종 향신료와 조미료로 맛을 낸 영양스프가, 우리 집에서 가장 큰 그릇인 들통 속에서 익어가는 동안 틈틈이, 최근 내가 새로 구입한 갤럭시탭의 다양한 활용법을 가르쳐 주면서...

 

 

요즘 효도는 디지털기기를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나 스스로 공부하려면 어렵기도 하거니와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어 다 깨우치기도 전에 지쳐서 중지하게 된다. 젊은이들은 기술 의존형 스트레스를 받고 늙은이들은 기술 불안형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다고 하니, 옛적에는 생각지도 못하던 스트레스다. 그래도 현대를 살고 있으니 어찌하겠는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스트레스에 적응하며 살아야지... 우리 나이로 일흔을 한 해 앞둔 생일에 혼자 하는 다짐이다.

 

** 3월 19일 덧붙임 **

오빠네는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온 둘째 손주와 오빠의 감기 등으로 생일날 오지 못했다고, 주일날 예배드리고 가는 길에 우리집에 오셨다. 동생 가족도 함께 모여 짜장면으로 식사를 마치고, 생일날 약식으로 했던 촛불끄기를 다시했다. 그래도 초는 19개만 꽂고서... ㅎ..ㅎ..

 

그리고 뒷동네에 있는 아늑한 커피숍으로 이동!

서로의 취향에 맞추어 카푸치노, 에스프레소, 아이스아메리카노, 핫아메리카노 등 통일되지 않은 다양한 커피를 마셨다. 다르게 선택한 커피처럼, 각자의 색깔로 살아가는 우리 형제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이야기로 나누며, 서로가 안심하고 감사하는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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