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생일일기

_ 예순여섯 번째 생일

truehjh 2021. 3. 15. 23:24

2021.03.

오늘은 예순여섯 번째 생일, 지인들이 전해주는 생일축하 메시지로 행복한 하루를 열었다. 어제도 그랬다. 나의 태어남을 축하해 준 사랑하는 형제자매조카들, 우정 깊은 친구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형제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더 행복한 순간은 없는 것 같다. 나이 들어서 그리고 혼자 살면서 알게 된 깨달음이다. 그들 덕분에 홀로 사는 노년의 삶이 그리 쓸쓸하지는 않다. 아직까지는... ㅎ..ㅎ..

 

특히 이번 생일에는 축하받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서 축하를 받았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서로에게 지지가 되어주는 몇몇의 사람들이 보내주는 축하를 기대했는데, 한 사람도 빠지지 않았다. 작은 서운함이나 결핍이라는 감정이 한구석도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충족되었다. 강요받거나 인사말로 보내는 축하가 아니고 진심으로 기억해서 보내는 축하로 느껴져서 더 행복하다. 이렇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받은 생일축하는 이번으로 충분하다. 더 이상의 욕심을 내지 않겠다. 예순여섯 번째 생일을 지나면서 하는 다짐이다.

 

내가 보내는 사랑보다 더 많이 넘치는 사랑을 받고 사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차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갚을 날은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솟는다. 나는 사랑에 빚진 자로 살다가 죽는 수밖에 없다. 어쩌면 내가 더 이상 나누어 줄 것이 없다는 가난한 마음에서 비롯된 변명일 수도 있고, 지난 삶에 대한 정리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는 다짐은 진실이다. 그 대신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나도 늙어가고 있고 사랑하는 그들도 늙어가고 있으니, 남은 날들에는 그들에게 받은 사랑을 추억하며 살 수 있으면 된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하에서 은둔형 생활과 거의 비슷한 형태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하루하루 잘살고 있다. 그런대로 만족이다. 특별히 불편한 것도 없다. 이 나이에 특별히 바라는 것도 없고,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특별히 해야 할 일도 없으니 다행이지 아니한가. 주어진 시간을 감사하면서 그저 하루를 불평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도 축복이다. 욕심을 부려보자면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고, 하는 일이 즐거웠으면 좋겠고,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평안했으면 좋겠고, 다 함께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다.

 

예쁜 승연이는 올해도 어김없이 노란 프리지어 한 다발을 보내주었다. 멀리 스위스에서 날아온 상큼한 꽃향기다. 나도 그녀에게 감사의 마음 한 다발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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