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시니어시대

69세... 자가점검이 필요하다

truehjh 2024. 4. 6. 12:05

 

칠순은 우리 나이로 일흔 살을 이르는 말이다. 지난해 6월부터 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만 나이로 통일되었으니, 칠순 생일이 지났다고 해도 아직은 60대다. 이 한해가 지나면 헷갈림이 없이 70대에 진입하게 된다. 물론 숫자상의 놀이일 뿐이지만 상징성은 있다. 그래서 60대의 마지막 해인 올 한해를 잘 보내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70대의 내 몸과 마음은 또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60대의 건강준비가 70대의 건강을 좌우하고 70대의 건강상태가 80대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한다. 수십년을 함께 했던 절친들이 여기저기 심각한 몸의 고장을 알려오니, 나도 좀 더 세심하게 몸과 마음의 변화를 점검하면서 대처해 나갈 방법을 모색해 보아야겠다.

 

얼마 전까지의 내 건강상태는 양호한 편이었다. 두세 가지 육체의 고통을 감내하며 지내는 것 외에는, 건강상의 커다란 문제 없이 살았다고 자부하며 감사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내가 견뎌내고 있는 몇 가지 통증 중의 하나는, 척추협착증 때문에 생기는 허리통증이다. 이 통증은 소아마비로 짧아진 다리의 불균형 때문에 시작되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노화로 인한 퇴행성관절염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였다. 거꾸리 기구로 허리를 펴는 운동을 하고 있으나, 가끔 고통의 도가 넘어갈 때는 진통제를 복용하곤 한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의 통증이므로 그런대로 참아내고 있다. 다른 증상이 더 나타난다면 병원에 가서 조치하겠다는 것이 나 나름의 대책이다.

 

또 하나, 가끔 나타나는 소화불량 증세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상복부의 이상 증상이다. 신경 쓰이는 환경에서 먹었다거나, 추운 곳에서 먹었다거나,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경우는 예측 불가능이다. 갑자기 천장과 침대가 빙글빙글 돌며 뒤집히는 것 같이 어지러워서 머리조차 움직일 수가 없다. 이럴 때는 기어나가서라도 손을 넣고 토해내야 한다. 물도 먹으면 안 된다. 위를 살살 달래며 일주일 정도 지나면 정상적인 음식섭취가 가능하다. 두 번째 소화불량증은 하복부의 이상 증상이다. 평소에 먹지 않던 음식, 먹고 나면 뭔가 불편하다고 느꼈던 음식을 먹었을 때 나타난다. 이 경우는 예측 가능이다. 하복부가 팽만해지면서 소장이나 대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이 동반하는데 응급실행을 생각해야 할 정도로 복통이 심하다. 이틀 밤 정도 잠을 못 자면서 복통을 견디고 금식한 후 삼사일 정도 누룽지를 끓여서 먹으면 다시 회복된다. 이럴 때는 배를 따뜻하게 해 주면서 유산균을 과용량 복용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내가 소화불량이라고 표현하는 고질병은 주로 위와 장에서 나타난다. 50대 초반부터 시작된 증상으로 소문내지 않으면 남들은 잘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가는데, 원인을 내가 아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병원을 가야 했다면 아마도 수십 번의 응급실행을 거쳤을 것이다. 나 나름의 자가치료 방법은 시간이 약이라고 외치며 견뎌내면서 조심하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발병횟수가 많이 줄었다. 대신 심해진 멀미 증상과 가끔 나타나는 빈혈증세로 행동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사실 빈혈증세는 어렸을 때부터 있던 증상으로 필요할 때 철분을 섭취하면서 그런대로 조정하고 있어서 아직 큰 문제는 없다.

 

이전에는 없었고 최근에 나타난 다른 증상이 하나 더 있는데, 근감소증으로 인한 다양한 고통이다. 요즘은 주로 근감소로 인한 통증으로 고통당하고 있다. 특히 근육경련이 참기 어렵다. 수면중 다리에 생기는 경련은 정말로 고통스럽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체중의 변화는 별로 없다. 주거독립 이후 불안과 두려움으로 6~7kg이 빠졌다가 다시 회복되어 지금은 평온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젠 몸이 아플 정도로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혼자서도 살아가는 방법을 많이 익혔기 때문이다. 타인의 도움을 받으면 편하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일상의 삶을 유지하는 노하우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수도 없었던 하루하루를 열면서 가슴 졸이던 순간은 지나갔다. 지금은 나의 삶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어서 다시 체중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갱년기를 지나 칠순의 나이가 되도록 큰 수술 없이 지낸 것만도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지금 정도의 건강으로 70대를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나의 몸은 앞으로 또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몸의 변화가 없을 수가 없다. 노화(aging)와 노쇠(frailty)에 연결된 몸의 변화라면 불평 말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하여 건강상태를 기록할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는, 급격하게 달라지는 것들을 열거해 보면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응해 나가야 하는가를 기록해보아야겠다. 결국은 고통을 견뎌내는 과정의 건강 일지가 되겠지만 말이다. 그 건강 일지는 두려움과 불안함을 차단하기 위해 마음에 예방주사를 단단히 맞아두려는 대처방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