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환경
9월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백로가 한참 지났는데도 에어컨과 선풍기를 치울 수가 없다. 열대야가 30여 일 이어졌고 전력의 소모량은 최대치를 찍었다고 한다.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날이 계속되고, 국지성으로 쏟아지는 비도 여러 번 경험했다. 동남아 여행할 때처럼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다가 금방 멈추곤 한다. 연이어서 가을 태풍이 올라와서 주변국들의 피해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태풍이 지나가도 여전히 기온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상 기후를 말하는 사람들은 이번 여름이 제일 덜 더운 여름일지도 모른다고 다가올 여름들의 기온을 예측한다.
지난해 여름에도 엄청난 양의 폭우가 쏟아졌었다. 산사태와 하천의 범람으로 건물의 파괴는 물론이거니와, 무고한 이들이 생명을 잃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이어지는 찜통더위가 또 기승을 부려 수해복구가 더 어려워졌었다. 1998년 지리산 폭우를 기점으로 하여, 예전과는 달리 우리나라에도 국지성 폭우가 쏟아지고 폭염이 지속되는 현상을 기후변화에 의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최근 기상청의 여름 일수 분석 결과, 과거 여름 평균 일수는 1년 중 98일이었고 최근 10년에는 127일로 늘어났다. 한반도는 점점 봄 시작 시점이 빨라지고 여름이 길어지며 겨울은 짧아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2100년이 되면 국내 50% 지역에서 아열대 기후가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대기층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은 산업화에 따른 결과라며 전 세계의 학자들이 위험을 경고하고 나선 것도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구 기온의 상승이 인류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외로 비관적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구 돌아가는 소리가 너무 커서 듣지 못하듯이 지구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의식하지 못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 기후변화가 몰고 올 심각한 위험을 모르는 척하고 있을 일이 아닌 것 같다. 더 이상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측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할지도 모르는 기후변화와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불화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국과 중국, 남한과 북한, 그 밖의 많은 나라와 나라가 전쟁 중이거나 전쟁의 불씨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으로 세계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식량 위기와 에너지 고갈을 마주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안의 문제와 불화도 산적해 있다. 극단적으로 편향된 사회질서에 저항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향해 폭력을 가하고 있으며, 마약의 위험과 성적 분방함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의 세대는 비교적 편안하게 산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전후의 시대고, 경제발전의 시대고, 교육열이 넘쳐흐르는 시대고, 어느 정도 미래를 예측 가능한 시대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르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가 땅에 떨어진 상태이고, 돈과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시대다. 삶의 경험이 많은 노인들의 지혜는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대신 인터넷 네모 창에 물어보거나 AI에게 물어보면 다 알아서 답변해 주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얻은 답변이 언제나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정확한 답이라고 확인하기 위해서는, 또는 답변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지식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옳고 그름, 맞고 틀림, 진짜와 가짜를 가려낼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AI의 발전으로 인간의 효능감이 어느 자리에 서게 될는지도 알 수 없는 모호함의 시대다.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환경변화를 인식하기 위해 기후변화, 전쟁, 기근, 마약, 편향된 사회질서, AI 등 멀게 나갈 것만도 아니다. 내 가까운 주변의 환경도 변화가 뚜렷하다. 형제자매와 친구나 친지들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건강이 무너지고, 경제력이 약화되고, 사회적인 역할은 감소되고, 자신감 역시 저하되고 있다. 혼자서는 살 수 없어 누군가의 도움 또는 사회적 시스템의 도움으로 살게 되는 시간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고, 설상가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둘씩 병들어 세상을 떠나고 있다. 따라서 주변 환경의 변화로 위험한 지구일 뿐만 아니라, 위험한 나 자신임을 뼈저리게 절감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달라지는 주변 환경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답을 찾을 수 없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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