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생일일기 61

_ 스물네 번째 생일

1979.03.13 귓가에 들리는 작은 소리들이 글을 쓰도록 내 마음을 충동시킨다. 이제는 대상도 없는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허전하지는 않다. 난 다만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으니까. 속이고 속는 세대에서 조금이라도 순수한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그것이 순수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 결국은 모두가 포기하고 말겠지만 아직 나는 버텨내리라는 긍지를 가지고 있다. 지금 이렇게 시간을 셈하고 있는 어림아이다움을 누군가 가 비웃고 있겠지만, 난 그냥 그렇게 살고 싶은 것이다. 좀 더 강한 마음의 소유자였다면 약국경영의 성공을 꿈꿀 수 있었겠지만 난 약한 아이다. 아니 그런 강한 사고방식을 원하지 않는다. 내가 순수하게 살아가려는 의지가 무너져 내릴 땐 지금의 나..

_ 스물세 번째 생일

1978.03.15 하루를 또 투쟁으로 시작한다. 항상 투쟁의 연속임을 직시하며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진리를 앞세우고 싶다. 과연 누가 진리를 주장하느냐를 간단히 규정지을 수는 없다. 누구나가 자기의 입장에서 올바른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니까. 몇 순수하지 못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난 자꾸 태어나지만 건장한 나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지 이렇다할 나는 없지 않은가. 나의 의견을 관철시키며 피력하는 나도 없고, PR 하거나 두둔하거나 합리화 시키는 나도 없고, 다만 쓰러져가는 나의 껍데기뿐만이 너절하게 뒹굴고 있으니 어떻게 존재하여야 하는 것일까. 삶의 단면이 뒤죽박죽이라면 그 전체는 어떻게 연결시킬 수가 있다는 것일까. 무척 아둔해졌다. 용기도 지혜도 자꾸 벗어지는 것 같다. 관념도 이지도 퇴색하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