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생일일기

_ 스물세 번째 생일

truehjh 2013. 1. 2. 21:47

1978.03.15

 

하루를 또 투쟁으로 시작한다.

항상 투쟁의 연속임을 직시하며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진리를 앞세우고 싶다.

과연 누가 진리를 주장하느냐를 간단히 규정지을 수는 없다.

누구나가 자기의 입장에서 올바른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니까.

몇 순수하지 못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난 자꾸 태어나지만 건장한 나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지 이렇다할 나는 없지 않은가.

나의 의견을 관철시키며 피력하는 나도 없고,

PR 하거나 두둔하거나 합리화 시키는 나도 없고,

다만 쓰러져가는 나의 껍데기뿐만이 너절하게 뒹굴고 있으니

어떻게 존재하여야 하는 것일까.

삶의 단면이 뒤죽박죽이라면 그 전체는 어떻게 연결시킬 수가 있다는 것일까.

무척 아둔해졌다. 용기도 지혜도 자꾸 벗어지는 것 같다. 관념도 이지도 퇴색하는 것 같다.

대화도 진지해지지 않고, 만남도 순수해지지 않는다.

가슴에 품었던 정열도 식어가며, 깨끗한 심장도 검붉게 물들어 박동조차 멈추려 한다.

사회라는 것으로 오염되어 가고 있다.

확산되고 있는 용액에서 나의 위치는 어떤 것일까.

진실한 고백의 시간이 지금인데 난 얼마나 성실하고 솔직하게 임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관념 건너의 사간은 무척 불투명한데 걷히지 않는다.

퇴보하는 자신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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