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03.15. 수. 맑음
내가 세상에 태어난, 가장 슬픈 날이다. 왜 이성을 가진 인간이 되었는지가 제일 큰 의문이다. 왜 내 자신의 운명을 비참한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것일까. 지금 12시 종이 울린다. 태어났기 때문에 살고 있는 무미한 인간이기에 앞서, 새 역사를 창조하는 한 인간이 되고 싶어 몸부림치는 것이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새기지 않고, 기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내가 되지 않았다면 가장 행복한 물건이 되었을텐데... 내가 나를 모르는 가장 행복한 물체가 될 수 있었을텐데... 그러기에 난, 이렇게 안타깝게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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