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와 송백 어느 날 신문의 문화면을 장식한 그림 한 폭이 내 눈에 들어왔다. 한겨울의 한파를 온몸으로 받으며 말없이 세월을 보듬고 서있는 몇 그루의 송백과 그 사이에 있는 집 한 채를 보고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 사실 나는 그때 그 그림의 내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그림 속의 여백이 너무 좋아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조금 후에 그림 아래의 기사내용을 읽어 보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 그림은 추사의 세한도였다. 세한도는 조선 후기 그러니까 1844년 헌종 10년 서화가 김정희의 문인화로써 그의 제주도 유배시절에 찾아 온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준 그림이라고 한다. 탐욕과 권세에 아부하지 않고 오직 의리와 지조를 지키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굳게 믿었던 유학자 추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