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유럽4국(2019)

[2019 유럽 4개국 도시] 영국 런던(1) - 런던의 아침

truehjh 2019. 9. 19. 20:23

2019.08.21.수(1) 런던의 아침

   

시차 때문에 새벽 2시 반에 깼다. 3시간도 채 못 잔 것 같다. 자려고 노력했지만 잠이 안 와서 핸드폰을 뒤적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메모장에 글을 남겼다. ‘나는 왜 여행을 하는가?’ 답을 찾지 못할 질문인 것을 알기에 그냥 질문으로만 남겨두었다. 이런저런 생각과 쓸데없는 걱정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다가도 한켠에서는 감사의 마음이 밀려들어 뒤엉킨다. 어쩌면 이러한 뒤엉킴이 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대낮인데 침대에 누워있자니 정신이 점점 말똥말똥해진다. 여러 시간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다가 일어났다. 다른 식구들도 다 잠을 못자고 있는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갈 때쯤이면 시차적응이 되려나. 창밖은 환해지고 있는데 누워있기도 지루해서 건너편 건물들 풍경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사진으로...

 

아침은 성찬이었다. 집에서 준비해온 음식과 숙소 근처에서 구입한 과일과 음료로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쳤다. 식탁을 정리하고 식구들이 나갈 채비를 하는 동안 준비가 먼저 끝난 동생은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하며 미리 나갔다.

 

조금있다가 다시 들어온 동생이 하는 이야기다. 사진 찍어달라는 헝가리인의 부탁으로 사진을 찍어 주었는데 잠시 후에 경찰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마약 어쩌구 하면서 지갑 검사를 했단다. 그런 무용담(?)을 듣고 있을 때까지는 그리고 파리의 에펠탑 앞에서 또 다른 사건을 만나기 전까지는 지갑 속의 비상금 봉투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몰랐다마술의 경지에 이른 돈털림을 당했지만 본인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물온 혼자 다니지 말 것이라는 교훈도 얻었지만 말이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빅버스를 타고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저녁에 뮤지컬 '맘마미아'를 보고 들어올 예정이다. 한국에서 뮤지컬 티켓을 미리 구입하는 것보다 티켓박스 앞에서 줄서서 기다렸다가 직접 구임하는 것이 더 싸게 사는 방법이란다. 도토리가 일찍부터 서둘러 이른 버스를 타려는 이유다. 간편한 복장을 하고 858분 첫차를 타기 위해 30분 전에 숙소를 나왔다. 뮤지컬 극장으로 가는 그린 노선 빅버스를 타려면 킹스크로스 정류장까지 슬슬 걸어가야 한다.

 

출근시간의 길거리는 에너지로 넘친다. 가방을 들거나 작은 백팩을 메고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 손에 먹을 것을 들고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들, 재잘거리며 지나가는 젊은이들 등 아침 시간에 길을 나선 사람들의 모습은 어느 도시의 거리건 비슷하다.

 

어물쩡거리다가 첫차를 눈 앞에서 놓치고 다음 버스를 기다리느라고 20분 이상 길거리에 서 있었다. 정류장 유리에 비친 네 식구의 모습... ㅎ...ㅎ...

 

드디어 빅버스가 도착했다. 줄 서있던 사람들과 함께 올라 탔다. 우리는 몇 정거장만 가서 내려야 하므로 일층에 자리를 잡았다. 이른 시간이라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았다. 유리창 밖으로 펼쳐지는 런던의 아침 거리...

 

버스에서 내려 뮤지컬 극장 앞으로 걸어와 보니 벌써 와서 줄을 서 있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한 사람에게 두 장씩만 판매한다고 하니까 네 장을 사려면 두 명이 줄을 서 있어야 한다줄 서서 티켓 구입하는 문화를 즐기려는 젊은 감성의 도토리와 딸을 보호(?)할 엄마를 남겨두고, 동생과 나는 앉아서 기다릴 수 있을 만한 카페를 찾아 나섰다. 머지 않은 길가에서 작고 아담한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출근하며 커피를 마시기 위해 들어온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우리 돈으로 3,000원 정도의 커피값은 현금결제가 되지 않고 카드로만 된단다. 주문한 커피가 나오면 받아들고 움직여야 하는데, 난 직원에게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지하의 공간을 오밀조밀하게 꾸며져 있는데 벌써부터 자리를 차지하고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커피를 마신 후 동생은 교대를 하러 티켓박스 앞으로 갔고, 잠시 후 작은 올케가 들어왔다.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이 되어 나갈 준비를 했다. 준비라는 것이 별게 아니다. 유럽 도시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당연하게 그 카페의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오는 것이다. 티켓을 구입하고 이동한 도토리부녀를 바로 카페문 밖에서 만나 레드라인 빅버스를 타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