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3.금(1). 파리 빅버스 시티투어
어제 저녁은 정신없이 잠이 들었다. 도토리가 작업하느라고 불을 켜놓고 있어서 이불로 얼굴을 덮고 밝은 빛을 가렸다. 눈을 가리자마자 잠시 후 잠이 들었는데 코까지 골며 자더란다. 잘 자고 난 아침은 여전히 상쾌하다. 컵라면 두 개와 빵과 과일과 주스로 네 식구의 아침식사를 마쳤다. 특히 파리에서 먹은 납작복숭아가 런던 납작복숭아보다 싱싱하고 맛있었다.
오늘은 파리 빅버스 투어 첫날이라서 일찍 숙소를 나섰다. 예약해 놓은 빅버스 티켓을 교환하기 위해 모녀는 앞서서 빨리 걸어갔다. 동생과 나는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젊은 여자들 세 명이 종이를 들고 싸인해 달라며 다가온다. 그들 뒤로 또 한 팀이 다가왔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나는 눈도 마주치지 않으며 지나쳐 걸었다. 그들은 내 뒤로 걸어오는 동생에게 다가갔다. 싸인해 달라고 내미는 종이에 시선을 옮기는 순간 허리에 차고 있던 가방이 공격(?)당했다. 뒤돌아보니 여섯 명의 여자들이 동생 주변을 둘러싸고 정신 없게 하고 있다. 그 순간 동생의 상의 윗주머니로 한 여자의 손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NO~~~
그때는 당황해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다고 한다. 겨우 빠져나와 허리에 찬 가방을 보니 지퍼가 두 개나 열려 있더란다. 맨 처음 지퍼와 그다음 여권이 들어있는 중앙 지퍼다. 다행히 여권이 남아있었고, 돈이 있는 맨 뒤의 지퍼는 열지 못한 상태였다. 잃어버린 물건은 없는 듯하다. 먼저 간 식구들을 만나 빅버스 첫차를 기다리며 무용담(?)을 털어놓았다. 우리 모두 여권을 잃어버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관광시간으로는 조금 이른 시간인가 보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았다. 드디어 버스가 에펠탑 앞 정류장에 도착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버스를 타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자리를 잡고 앉아 찬바람을 맞으며 깜짝 놀란 가슴들을 진정시켰다.
1번 에펠탑 앞에서 출발했다. 버스 안에는 영국 빅버스와 달리 한국어 채널이 있어서 아주 편리했다. 2층 오픈석에 앉아 바람을 쐬며 파리 경치를 감상하는 것은 매우 운치가 있었다. 10개의 정류장이 있다고 하니 내리지 않고 계속 파리 시내를 돌면 된다.
콩고드 광장 중심에는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자리잡고 있고, 오페라의 유령이 탄생한 오페라극장 앞에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있다. 빅버스는 가르니에 광장을 돌고, 루브르박물관을 지나, 불타버린 노틀담성당, 프랑스 학사원, 오르세미술관 앞을 지나갔다. 정류장마다 설명을 들으며 거리와 건물의 세련미에 감탄하면서 다니다 보니 12시가 넘었다. 적당한 곳에서 내릴 시간이다. 우리는 8번 개선문 앞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음식점을 찾기로 했다.
개선문을 마주하고 있는 상제리제 거리는 많은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도토리는 유명한 마카롱을 파는 상점이 있다는 백화점에 들려야 한단다. 알록달록한 가지가지 마카롱을 구경하고, 1유로씩 내고 화장실을 사용하고 나왔다. 그 거리 주변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도토리는 평이 좋은 음식점을 찾아냈다. 가까운 거리라고는 하지만 모르고 찾아가는 길이라 먼 것 같이 느껴졌다. 걷다 보니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레스토랑이 눈에 띄었다. 길가에 테이블은 이미 자리가 없다. 실내로 들어가 겨우 자리를 배정받고 음식을 주문했다.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에 도토리 모녀는 마카롱을 사러 아까 들렸던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늘 벤치에 앉아 사람들 구경을 했다. 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한가로움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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