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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도토리선생님 - 서문 : 도토리선생님

truehjh 2006. 4. 5. 18:12

서문

도토리선생님

 

우리는 날마다 누군가를 만난다. 또한 날마다 어떤 사건인가를 만난다. 어떤 이유로 인해 특정한 사람이나 사건을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날마다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만남을 피할 수는 없다. 이러한 만남들 속에서 우열을 가려 판단하고 결정하고 선택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매 순간 비교하며 분석하고 따져서 줄을 세우는 삶의 태도에 아주 익숙하다.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서 때로는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만남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별 차이도 없는데 우열을 가리려 하는 경우를 일컬어 도토리 키 재기라고 한다. 고만고만하고 비슷비슷하여 견주어볼 필요가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일상 속에서의 만남이 비록 도토리 키 재기같은 만남이라 하더라도 고만고만한 처지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며, 또한 배움이 될 때가 있다. 비슷비슷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서로의 처지에 동감할 수 있으며, 서로에게서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우리들은 여러 만남을 통해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 터득한다. 어제는 너에게서, 오늘은 나에게서, 내일은 그에게서, 또는 그들에게서, 그리고 우연히 일어나는 사건에서, 사소한 것 같지만 서로에게서 중요한 것들을 배우며 깨우치며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저마다 누군가의 제자인 동시에 누군가의 스승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누군가의 스승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올바르게 걸어가도록 하고, 누군가의 제자라는 사실은 우리를 겸손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것 같다.

 

수필집 <도토리선생님>에는 조카인 아이와 고모인 어른이 서로에게 스승과 제자가 되어주면서 함께 성장해 가는 만남이 소개되어 있다. ‘도토리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가 유치원 시절을 거쳐 사춘기 소녀로 성장하면서 펼치는 갖가지 에피소드들 속에서 아이는 때로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제자가 되기도 하면서 몸과 마음이 자라 간다. 한편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중년의 고모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린 조카 도토리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때로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제자가 되기도 하면서 인생의 깊이를 배우며 삶이 함께 성숙해 간다.

 

비단 아이와 어른 사이에서 일어났던 작은 사건들뿐만이 아니라, 각자가 살아가면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과 그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배움의 깊은 의미를 맛볼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이다. 지나온 삶에서 스승이 되어 주고, 그늘을 만들어 주고, 쉬어 갈 곳과 안락한 정서를 제공한 모든 크고 작은 도토리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그들은 삶의 길라잡이일 뿐 아니라 동료이며, 이웃이며, 가족이며, 스승이다. 이제부터 모두 마음의 문을 열고 주위에 있는 도토리 선생님을 찾아보자. 도처에 산재해 있는 도토리 선생님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즐겁고 의미 있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