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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도토리선생님 -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

truehjh 2007. 1. 29. 19:32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는 우리나라 사람 누구나의 귀에도 익숙한 후렴구이다. 특히 우리 도토리에게는 귀에 박히도록 자주 듣고 있는 가락으로 통하고 있다.


어느 날 유치원에서 돌아온 도토리가 말한다. 자기가 아끼는 색종이를 유치원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잘했군잘했군잘했~어~~그러길래~우리조카~지~~’. 어느 날은 이렇게 말한다. 아픈 친구에게 빨리 나으라는 글을 쓴 예쁜 카드를 주고 왔다고... 다시 나는 ‘잘했군잘했군잘했~어~~그러길래~우리조카~지~~’라고 흥을 돋워가며 대답한다. 놀이터에서 네 살 아이에게 그네 자리를 양보했다는 도토리에게 ‘잘했군잘했군잘했~어~~그러길래~우리조카~지~~’라고 읊어준다.


이러다 보니 도토리가 뭔가 잘했다고 느껴지면 나에게 가까이 와서 살짝 뻐기면서 아주 큰 소리로 먼저 그 후렴구를 시작한다. ‘잘했군잘했군잘했~어~~그러길래~우리조카~지~~’라고 다시 되풀이 하면 나도 따라 불러준다. 그리고 그녀가 맘껏 자랑하도록 이야기를 부추긴다. 우리는 다시 합창을 하면서 서로 쳐다보며 웃기도 하고, 때로는 끝맺음이 없기라도 한 듯이 신이 나서 여러 번 계속해서 흥얼거리기도 한다.


그런데 칭찬을 받을 상황이 아닐 때 그 후렴구를 불러주면 자신이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린다. 평소보다 낮은 음의 소리를 들으면서 잘한 행동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알게 되는 것 같다. 아마도 속으로 반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한 야단을 맞은 후에 풀 죽은 모습으로 있을 경우에도 ‘잘했군잘했군잘했~어~~그러길래~우리조카~지~~’를 부르면서 어깨를 다독거려 주거나, 등을 두드려 주면 절로 기분이 좋아져서 도토리도 따라 한다. 그리고는 가사를 바꾸어서 ‘잘했군잘했군잘했~어~~그러길래~우리고모~지~~’라고 화답한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자기에게 용기를 주어서 고맙다는 표현이라고 나는 믿는다.

별거 아니지만 우리는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사람들이 서로 간에 주고받는 작은 말 한마디가 얼마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지를 가슴으로 느끼곤 한다. 실제로 아이들을 잘 살펴보면 마땅히 칭찬을 받을만한 일을 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칭찬을 받을만한 상황보다는 훈련이나 교훈이 필요한 경우가 더 많이 발견된다. 그래서 오히려 이러한 추임새가 필요한 것이다.

 

비단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살다 보면 어른들도 이러한 후렴구가 필요할 때가 많다. 이웃이 하는 일에 별 관심도 없고, 혹 있다 하더라도 관심을 기울일 시간이 없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이 긴 세월을 어찌 혼자서 자신을 추스르며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그러한 이유로 더욱 누군가와 더불어 같이 즐거워하고, 그리고 누군가에게 힘을 북돋워 주며 흥겹게 살아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순간 나는 나에게 말한다. 서로에게 진정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터전에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고. 서로 돕고 협동하는 것이 누르고 고립시키는 것보다 아름다운 미덕임을 진정으로 인정할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고.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라고 혼자 흥얼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