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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에서 영성으로 / 이어령

truehjh 2011. 9. 18. 12:12

 

지성에서 영성으로

: 이어령지음

 

이 책의 처음 부분인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1’을 읽을 때 마음이 울컥해졌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면서 여러 번에 걸쳐 눈물이 눈꺼풀을 적셨습니다.

 

‘...이다.’ 라고 끝나는 문장과 ‘...입니다.’ 로 끝나는 문장은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입니다.’의 문장으로 쓰여진 이 책을 계속 읽어가다 보니 날카로운 이성이 무장을 해제해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순화되면서 깊은 철학의 내용도 왠지 부드럽게 느껴졌습니다. 글쎄... 조금은 서툴어 보이지만... 조금은 붓의 힘이 없어 보이지만... 갈급함이 있었습니다. 인간이라는 고독 속에서... 영혼의 갈증으로 허덕이는 그 갈급함은... 또한 나의 것이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어느 순간은 크리스천이었다가 어느 순간은 크리스천이 아닌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의 실상을 그 속에서 보고 또 봅니다.

 

부인을 ‘인숙’이라고 부르는 호칭에서도 친근감이 느껴졌습니다. ‘윤숙’이라고 일기에 써 넣으셨던 나의 아버지와 닮아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가슴으로 먼저 하나님을 알아가는 딸과 머리로 먼저 하나님을 알아가는 아버지를 보며,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이냐를 막론하고 누구나가 다 하나님께 다가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길을 마련해 놓으신 하나님의 사랑도 느꼈습니다. 70년을 살아온 사람의 나무껍질 같은 투박한 단단함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린아이 같은 감성으로 하나님을 찾아가고 있는 진지함이 느껴졌습니다.

 

* 본문 중에서

-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은 배우는 것의 기쁨이며 즐거움이었지만 성서의 첫 장은 창조하는 것의 기쁨이며 그 즐거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p31

- 무릎을 깨뜨리거나 코피가 나면 엄마를 부르며 집으로 달려가는 아이처럼 상처를 입어야만 하나님을 부르며 달려가지요.  p37

- 어렸을 때 높은 마루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면서 키가 컸듯이 영성의 키는 죽음의 심연으로 추락하는 악몽을 통해서 성장해 가는가 봅니다.  p39

- 결국 종교와 가장 가까운 것이, 인간이 종교에 다가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지름길이 병이라는 생각에 머리맡의 체온계를 치웠습니다. 모든 병 속에는 종교의 광맥이 묻혀 있다고 생각하면서...  p74

- 제발 민아를 위해 저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꼭 하나님은 계셔야 한다고 황급히 무릎 꿇었지요.  p122

- 아무리 몸부림치고 거부해도 한 발짝씩 나의 발길은 높은 곳으로 향한 계단을 오르고 있었으며 하나님은 비정하리만큼 당신께서 만드신 모든 순서대로 이 세상일을 관장하여 그렇게 운전을 하고 계셨던 겁니다.  p129

- 그 갈증과 굶주림을 모르면 영성을 만날 수 없습니다.  p214

- 정말로 모두 끊어버리고, 모두 버려야 합니다. 예수님은 제일 먼저 부모와 가정을 버리시고, 고향을 버리시고, 모든 가진 것을 버리시고, 마지막에는 생명까지 버리셨습니다. 우리는 구하려고만 하는데 그분은 계속 버리셨어요.  p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