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graphy 193

70세... 어른이어야 하는 나

70세... 어른이어야 하는 나 만 나이 70살이 되었다는 것이 꿈결 같다. 인생의 황금기 중에서 1/2 지점에 진입해 있는 지금, 과연 나는 나답게 잘 살아가고 있는가를 자문해 볼 때 그렇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 하루하루 허리 통증과 싸워나가면서도 그리고 소화불량으로 먹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 투덜거리면서도, 그래도 오늘이 제일 젊고 덜 아픈 날일 것이라고 위로하면서 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나는, 인생의 황금기라는 65세부터 75세까지의 10년을 가장 나답게 잘 살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나답게 보내겠다는 목표는 초조한 조바심과는 상관없이 시간이 지나면서 무력해지고, ‘나답게’가 무엇인지조차 정의 내리지 못한 채로 소리 없이 세월이 흘러갔다.  실제로 내가 70대를 앞에 두고 계속했던..

_일흔 번째 생일

일흔 번째 생일 연이가 보내준 프리지어 꽃향기로 일흔 번째 생일 아침을 열었다. 거실 가득 채운 프리지어 향기가 너무 좋아서 감사기도가 저절로 나온다.“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냥 다 감사합니다.” 오빠네 가족과 남동생네 가족 등 모두 12명이 새로 생겼다고 소문난 샤브샤브집에 모여 점심 식사를 했다. 그리고 동네 넓은 카페에 들려 커피를 마시며 즐거운 담화를 나누었다. 우리가 즐겁게 대화를 나누곤 하는 주제 중의 하나가 여행 이야기인데, 이번에는 아르헨티나다. 늙어가는 우리 7명이 다 참여하는 여행을 언제까지 꿈꿀 수 있을까? 남동생이 사준 점심을 먹고, 오빠가 사준 커피를 마시고, 우리집으로 와서, 축하 노래를 화음 넣어 부르고, 생일 케익을 자르고, 그리고 헤어졌다. 미역국 대신 내가 좋아하는..

나는 누구이오며

나는 누구이오며 (역대상 17:16) 작년에는 6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면서 노화 또는 노쇠라는 심각한 변수로 인해 발생하는 삶의 변화를 자가점검해 보았다. 그리고 올해, 70대에 들어서는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이번에는 70년 내 삶의 전체를 자가점검해 보려 한다. 나는 살아온 시간의 뒤를 돌아볼 때마다, 후회하는 것이 별로 없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70살이 다 되어서 뒤돌아보니 아니다. 후회되는 것이 참 많다. 특히 장애를 가지고 살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의 용감한 삶과 비교해 볼 때, 장애에 대하여 용감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제일 후회된다. 너무 움츠러든 모습으로 소극적 반항만 하다가 아무 일도 적극적으로 감당해내지 못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지 못하고..

자가점검 후기

자가점검의 결론 - 변화를 주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것 60대의 마지막 해인 올해 한 것이 있다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과 달라지는 내 모습을 자가점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오래전부터 관심 가지고 있던 이슈였다. 그런데 실행하지 못하고 살다가 올봄 어느 날 갑자기 아팠을 때 놀라서 작성하고 왔다. 몸이 아파서 홀로 누워있으며 느꼈던 두려움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고독사가 먼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때쯤 절친이 응급실로 들어가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오간다는 소식이 나를 더 자극하기도 했다. 몸도 정신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가 없을 때를 미리 대비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만, 살아있는 한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생명을 가진 자들의 의무라는 생각에서였다..

자가점검(7) - 달라지는 미래

자가점검(7) - 달라지는 미래 앞에서 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 역시 현격하게 달라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지금 현재 달라지고 있는 것들에 의해 나의 미래 역시 달라질 것은 분명하다. 내 미래의 모습은 앞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 변수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전 미래라는 말만 들어도 설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꿈에 부풀었던 미래는 결과가 뻔한 현실이 되어버렸고, 남은 미래가 속절없이 무심하게 다가오고 있다. 과연 나의 내일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는 어떠한 모습일까. 미래는 지금과 어떻게 다를 것이며, 지금 나를 지탱하고 있는 몸과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문명의 소산물들은 또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종교개혁이나 산업혁명 같이 인류 문화의 흐름을 크게 바꾸는 시기가 있다. ..

자가점검(6) - 달라지는 환경

달라지는 환경 9월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백로가 한참 지났는데도 에어컨과 선풍기를 치울 수가 없다. 열대야가 30여 일 이어졌고 전력의 소모량은 최대치를 찍었다고 한다.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날이 계속되고, 국지성으로 쏟아지는 비도 여러 번 경험했다. 동남아 여행할 때처럼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다가 금방 멈추곤 한다. 연이어서 가을 태풍이 올라와서 주변국들의 피해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태풍이 지나가도 여전히 기온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상 기후를 말하는 사람들은 이번 여름이 제일 덜 더운 여름일지도 모른다고 다가올 여름들의 기온을 예측한다. 지난해 여름에도 엄청난 양의 폭우가 쏟아졌었다. 산사태와 하천의 범람으로 건물의 파괴는 물론이거니와, 무고한 이들이 생명을 잃었다. 그것으로도..

자가점검(5) - 달라지는 일상

자가점검(5) - 달라지는 일상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낮잠을 자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잠을 자다가 깨다가가 반복되면서 잠을 깊이 자지 못하니까 오후 3시쯤이 되면 나른해지면서 잠이 솔솔 오는 느낌이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니 일상의 생활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사람들의 말을 되풀이해서 다시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직 TV 볼륨을 아주 크게 올려 놓치는 않고 있지만,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아 눈을 부릅뜨고 귀를 쫑곳하여 집중해야 한다. 그것으로도 부족한 것 같으니 청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현재 일상의 질이 달라지고 있으니 답답하다.  어떤 성취나 결과와는 관계없이 지난 세월을 돌아보자면, 나는 엄청나게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미..

자가점검(4) - 달라지는 사고방식

자가점검(4) - 달라지는 사고 삶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취하고 살아가야 하느냐의 질문은 이성이 싹트기 시작할 때부터 이어진 질문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여전히 질문하고 있는 주제 중의 하나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나이에 따라 변해왔다. 즉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삶의 태도 또는 삶을 보는 시선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물론 삶에 대한 근원적인 태도와 방향은 변할 수가 없겠지만 늙어갈수록 삶과 사물을 보는 시각이 변한다. 사고방식의 변화는 물론이거니와 판단하는 기준, 지향하는 가치마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공동체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보다 나 개인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차원으로..

자가점검(3) - 달라지는 감정

자가점검(3) - 달라지는 감정 근력 감소, 외모의 변화와 결을 같이 하는 노화의 과정에 한몫을 거드는 것은 감정의 변화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감정 말고도, 기본으로 나를 이끌었던 감정이 변화하고 있다. 전에는 슬픔이 주 감정이었다면 지금은 간헐적인 슬픔과 기쁨, 서운함과 고마움의 뒤섞인 감정이 주를 이룬다. 전에는 매사에 호기심 천국이었다면 지금은 만사에 무심해져 가는 낙원이다. 변화되고 있는 감정의 선상에서 나와 애착 관계를 이루고 있던 것들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애정을 가졌던 사물들도 그렇고 내가 소중하게 여기고 있던 희망이나 꿈마저 그렇다. 감정이 이성의 지배하에서 적당히 조절되고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다.  중요했던 감정들이 시시해지고 있고, 시시했던 감정들이 나를 움직이고 있다. ..

자가점검(2) - 달라지는 외모

달라지는 외모 화장실 전등 세 개 중 두 개가 불이 켜지지 않았다. 전등 한 개 나갈 때부터 교체하겠다고 차일 피일 미룬 것이 1년이 다 되었다. 크게 불편하지 않아 그런대로 지내고 있었는데, 얼마전 조카가 와서 전등을 갈아 끼어 주었다. 새 LED 전등으로 교체하니 둥근 달빛 아래 있다가 강열한 태양빛 안으로 옮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환한 빛 아래서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턱 아래 주름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가 반백이 되어 있는 머리카락, 이마와 입 주변에 깊게 파인 주름도 자세하게 보였다. 외모에 나타나는 모습으로 늙어있음을 절실하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눈으로 직접 노화를 확인하게 해주는 지표는 거울에 비친 턱주름의 변화뿐만이 아니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