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사랑은 비극적(?)으로 막을 내렸지만 장애로 인한 사랑에의 포기, 상처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는 후송병원 원목을 끝으로 제대를 하셨고, 성황당이라는 동네에 교회를 개척하셨다. 그 때부터 우리 가족의 생활은 개인의 것이 아니었다. 교회라는 구조 속의 일부가 되어갔고, 개인적인 생활은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늘 교인들과 함께 밥을 먹었고, 부모님은 수시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했다. 어른들 뿐만이 아니었다. 교회에 나오는 아이들도 모두 우리 엄마 아버지의 자식들이 되었다. 그들 중에 한 소년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가슴을 두근거리며 황순원의 소나기, 알퐁스도테의 별을 읽었다. 사춘기에 접어든 나는 우수에 깃든 눈망울을 가진 소년에게 마음을 빼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