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graphy/유년시대(1955~1972) 9

(9) 아련한 사춘기 사랑

나의 첫사랑은 비극적(?)으로 막을 내렸지만 장애로 인한 사랑에의 포기, 상처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는 후송병원 원목을 끝으로 제대를 하셨고, 성황당이라는 동네에 교회를 개척하셨다. 그 때부터 우리 가족의 생활은 개인의 것이 아니었다. 교회라는 구조 속의 일부가 되어갔고, 개인적인 생활은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늘 교인들과 함께 밥을 먹었고, 부모님은 수시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했다.   어른들 뿐만이 아니었다. 교회에 나오는 아이들도 모두 우리 엄마 아버지의 자식들이 되었다. 그들 중에 한 소년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가슴을 두근거리며 황순원의 소나기, 알퐁스도테의 별을 읽었다. 사춘기에 접어든 나는 우수에 깃든 눈망울을 가진 소년에게 마음을 빼앗..

(5) 기적을 기다리는 엄마

기적을 기다리며...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고 들어와서 울던 사건이 일어난 그 때가지만 해도 엄마는 딸의 장애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엄마는 딸의 장애를 고쳐보려고 이런 저런 방법에 의지하며 애를 썼지만 고치지 못하였다. 이제 마지막으로 기적을 기다리며 치유은사집회에 매달리기 시작하셨다. 치유집회에서 일어난 불가사의한 기적들을 전해들을 때마다 자신의 딸에게도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집회에 쫒아 다니셨다. 물론 잘 걷지도 못하는 나를 업고, 끌고, 데리고서 말이다. 엄마가 나를 등에 업고 찾아 간 곳은 변계단권사의 치유집회였다. 아마도 남산고갯길을 넘어 필동 어느 지점에 유명한 집회장소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분 말고 또 한분의 유명한 권사님이 계셨는데 그곳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당..

(1) My Story in His Hand

1. 나와 소아마비   나는 1955년 만물이 소생하는 봄 3월에 태어났다. 내가 태어났을 때 주변의 사람들은 나를 보고 장군감이라고 했단다. 또래 아기들보다 조금 빨리 앉고, 조금 빨리 기고, 조금 빨리 걸음마를 띄었던 내가 돌이 지나 아장 아장 걸을 무렵, 고열이 나며 심하게 앓고 나더니 얼마 후부터 자꾸 주저앉더란다. 의사셨던 외조부의 온갖 정성어린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나는 혼자 걸을 수 없게 되었다.     아버지의 일기에는 나의 소아마비 발병과정에 관한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었다. 1956년 4월 13일 ‘정희가 자꾸 열이 난다’로 시작되어, 5월 18일 일기에는 고열에 시달리는 어린 딸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아비의 심정이 적혀 있고, 그 후에는 ‘차도가 있는가 앉아서 논다‘라고 쓰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