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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결심의 철학, '약속을 할 권리' / 강남순

truehjh 2018. 1. 2. 09:14


<새해결심의 철학, '약속을 할 권리'> / 강남순

 

1. 달력 속의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달력이 바뀌었다고 해서 진정한 새로움이 자동적으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 아무것도 '자동적으로' 오는 것은 없다. '당연한 것'이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의도성'이 부재할 때, '새해맞이'란 기계적으로 달력만 바꾸는 행위일 뿐이다. '나는 어떠한 방식으로 나 자신의 새로운 해를 만들어 갈 것인가.' 우리 각자가 씨름해야 할 물음이다. 이런 의미에서 소위 '새해 결심(New Year's resolution)'은 중요하다고 나는 본다. '새해결심'이란 이 삶의 '상투성에 저항'하는 행위이며, 피동적 삶이 아닌 주체자로서의 삶을 나 자신이 꾸려가겠다는 의지를 발현하는 행위이다.

 

2. 니체는 인간이 인간 아닌 생물과 다른 점은 "약속을 할 권리(the right to make promises)"를 가졌다는 것이라고 한다. '약속'이란 불확실한 미래에 자신의 의도성을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약속을 하는 행위란, 약속의 공식인 '나는 약속한다 (I promise)"에서의 ""의 정체성을 분명한 의도성을 가지고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누구도 나의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다는 이 자명한 진리를 대면하면서, 주체자로서의 삶을 선언하는 행위--새해결심의 철학이다.

 

3. 미래에 대해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는 것--그것은 흐르는 물결 속에 자신을 그대로 두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도성의 부재'는 인간 아닌 생물들이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개념 없이 본능적으로 살아가는 것과 같이, 자신의 삶에 아무런 목적성을 부여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과 같다. 그저 외부에서 주어지는 삶만을 수동적으로 살아가겠다는 운명주의적이며 도피주의적인 삶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자면, "약속을 할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인간으로 지켜내게 하는 참으로 중요한 존재 방식이 되는 것이다.

 

4. 크고 작은 약속, 자신에게 또는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하는 약속--그 약속을 하는 행위가 달력의 '새해'에 하는 것이든 다른 때에 하는 것이든 사실상 아무런 차이는 없다. 다만 달력의 새해는 우리에게 인간을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 중요한 행위란 바로 니체의 말처럼 '약속을 할 권리 (the right to promise)'의 행사라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절기일 뿐이다. 불확실성의 미래를 마주하며, 나 자신과 타자의 '인간됨'에 대한 확신을 상기하면서, 그 불확실성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부여잡고 한 걸음 한걸음 힘찬 걸음을 내 딛겠다는 의도성과 주체적 결의--이것이 바로 "약속"인 것이다.

 

"나는 약속한다 (I promise...)"

 

인간으로서의 권리, 인간을 동물로부터 구분하게 만드는 행위, ''를 이루는 정체성을 스스로 창출하겠다는 주체성의 선언, 새해결심, 새해 약속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