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Basecamp/Review

도서 - 채식주의자

truehjh 2024. 11. 23. 11:05

채식주의자 / 한강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 해서 특별히 찾아 읽는 스타일은 아닌데, 책을 주문해서 읽는 동생 덕분에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게 되었다. 이전에 읽었던 책 <작별하지 않는다>의 앞부분처럼, 인간 내면의 난해함을 풀어내는 작가의 섬세한 문체가 인상적이었다.

 

채식주의자의 등장인물이 선택한 채식주의는 건강을 위한 식단이 아니고, 폭력적 환경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선택한 몸부림이다. 관점의 주체는 다르지만 몽고반점과 나무 불꽃에서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연약한 인간 본질에 대한 분석적 묘사를 통해 억압과 자유가 충돌하면서 일어나는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등장인물이 작가 자신의 이미지와 겹쳐 보여서 읽기가 힘들었다.

 

아마도 그가 정말 사랑한 것은 그가 찍은 이미지들이거나, 그가 찍을 이미지들뿐이었을 것이다(p193).’라고 3부에서 그녀가 말한다. 맞는 말일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가능할까. 너나 할 것 없이 사람은 누구나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마저 사랑할 수 없어 헤매고 다니는 것이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 아닌가.

 

사실 난 이런 부류의 소설은 잘 읽지 않는다. 읽을 때 마음이 너무 가라앉아서 그 분위기를 견뎌내기 어려워서다. 이 책 역시 그랬다. 보통 분량의 장편소설은 2~3시간이면 마무리되는데, 이번에는 한 호흡에 다 읽어내지 못하고 한번 끊었다가 읽었다. 역시 소설은 허무하다. 답이 나에게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