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Basecamp/Review

영화 - 퍼팩트 데이즈

truehjh 2025. 1. 28. 19:33

퍼팩트 데이즈 / 빔 벤더스 감독

 

설 전날인 오늘 오후에 영화 퍼팩트 데이즈를 보았다. 아주 단순하고 느리게 진행되는 남자주인공(야쿠쇼 코지) 히라야마씨의 시간에 맞추느라고 약간 긴장하면서 보기 시작했는데, 초반에 맨손으로 화장실 청소를 시작하는 장면이 걸리적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중간에는 장갑을 끼고 수세미 청소를 하지만 별 것 아닌 것들이 신경 쓰여 집중하기 어려웠다. 심지어는 화장실 청소용 겉옷을 벗어서 털지도 않고 방안의 옷걸이에 그냥 걸어 놓는 장면까지 거슬렸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들에 문제가 있다고 시비를 거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남자는 수행자처럼 매일매일 정성껏 화장실 청소를 한다. 더러워진 곳을 청소하고, 청소한 곳이 다시 더러워지고, 다시 청소하고... 하루의 루틴이 음악과 책을 매개로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그 틈을 타서 어린 나무를 키우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사진을 찍는다.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이 잔잔하게 이어지는 일상 속에서 타인의 세계로 범람해 들어가지 않는 그의 세계가 완벽하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내 눈에는 주인공 남자가 자신의 삶의 주관자이긴 한데 방관자인 듯이 보인다

 

마지막 장면에서,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새벽에 출근길 운전대를 잡고 있는 그의 표정이 웃는건지 우는건지 분간하기 어렵다. 기쁨과 슬픔, 생과 사, 만남과 이별 등 엇갈린 순간이 어리다가 지나간다.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이 계속해서 이어지다가 영화는 끝을 맺는다. 어차피 삶은 그냥 계속되는 것이니까.

 

여러 번 되풀이해서 보아도 볼 때마다 감동적이라며 여러 사람이 추천한 영화여서 궁금했는데, 나는 한 번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