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Minimal Life 38

[영태리집] 비 오는 날엔 창가에 앉아

어젯밤 요란했던 천둥번개에 잠을 설치고서도 아침에 들려오는 빗소리가 반가워 일찍 창문을 연다. 평온하고 감미로운 빗소리를 들으며 창가에 앉아있는 시간은 꿈결인 듯 창밖에는 흔들리는 푸른 잎들 사이 공간으로 빗물처럼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물줄기 휩쓸리는 아스팔트 위를 걸어가는 내 젊은 날의 초상이 아른거린다. 나이들면 비오는 날이 싫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비오는 날이 참 좋다. 비오는 날 창가의 평화가 넘실대는 시간에...

[영태리집] 내 방안 한바퀴(4) - 책상 왼편으로

책상 위에 있던 13인치 모니터가 그 수명을 다했습니다. 15년 가까이 사용했는데 갑자기 예고도 없는 이별이라니... 참 당황스러웠습니다. 아쉬워한다고 다시 돌아올 상황은 아니니 새로운 만남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인터넷에서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작은 모니터를 찾을 수 없어 24인치로 결정한 모델입니다. 쿠팡에서 주문하면서 댓글과 후기도 꼼꼼히 살펴보고 결제했습니다. 드디어 오늘 도착했습니다. 박스를 풀고, 모니터를 조립하고, 컴퓨터에 연결하느라고 하루 종일 정신 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니터를 조립할 때는 노트북을 옆에 켜놓고 블러그에 소개된 방법을 보면서 완성했습니다. 그리고는 책상 위에 있던 작은 모니터를 치우고, 전선들에 쌓여있는 먼지를 닦고, 전원과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는 선..

[영태리집] 내 방안 한 바퀴(3) - 책상 오른편으로

내 방안 한 바퀴 (3) 내 책상 오른편에는 커다란 화면의 TV가 있습니다. 엄마가 보시던 작은 TV를 가지고 있었는데 노안 때문에 화면 글씨가 잘 안 보이더라구요. 얼마 전 스마트 TV로 바꾼 동생은 자기네가 쓰던 커다란 TV를 내 방에 가져다 놓았어요. 여행프로그램 보기에 딱 좋은 커다란 화면입니다. TV 왼쪽 옆에는 각종 서류를 넣을 수 있는 사물함이 있습니다. 내가 책상에 앞에 앉아있을 때에 오른쪽 방향인데, 오른팔 사용이 익숙한 나는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 예를 들면 매직팬, 샤프펜슬심, 사무용칼, 도장, 인주, 작은 돋보기렌즈, 핀 등등이 들어 있습니다. 물론 일기노트와 간단한 서류와 파일들도 있고요. 영수증모음, 명함, 가게부, 편지봉투들, 치실까지 들어가 있습니다. 더 열거할 수 있지만 여..

[영태리집] 나이를 먹는다는 것

문밖을 나가보지 않은 채로 보름이 지나가는데도 그 사이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감사한 것일까? 새해를 맞아 첫 달의 반이 지나가는데도 새로운 공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일까?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신선함을 만끽할만한 일은 이제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핫하게... 살고 싶으나 웜하게... 살기조차 힘드니 쿨하게... 살 수밖에 없는 나이 낼모레면 칠십 나이를 먹는다는 것...

[영태리집] 가을 장마라는데...

뜨거운 열기로 온 정신이 붕 떠 있던 계절을 보내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가을의 문턱에 서서 비가 차분히 내리는 주말의 정오를 맞고 있다. 창밖을 내다보며 빗방울 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조금 가라앉아 이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 같다. 소슬한 바람이 가져다주는 낭만을 기다려도 되는 것일까. 왠지 불안하고, 우울하고, 여유 또한 생기지 않아서 아직은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