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애착물처럼 사용하던 데스크탑 컴퓨터가 고장났다. 수리를 맡기려고 하니 너무 오래되서 다른 것으로 교체해야 한단다. 할 수 없이 퇴사한 직원이 쓰던 컴퓨터를 조금 손보아 어제 집으로 가지고 왔다. 상황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고, 본체에서 나는 소음이 남아있다는 것 외에는 별 문제가 없으니 이것으로 일단 종료하기로 했다.
열흘 넘게 작업용 컴퓨터가 없는 세상에서 살면서 알게 된 것은 일상에서 남아돌아가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그 시간이 무료하고 지루하고 심심해서 선택한 것이 삼국지 재독이었다. 그런데 다시 이렇게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으니, 또다시 시간은 일상의 습관대로 흘러가 마음의 여유가 없다. 삼국지 읽을 시간이 마련되지 않을 것 같아 살짝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뭔가 하나 할 일을 남겨놓는다는 것도 지금의 나로서는 그리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실제로는 책상 위에 자리잡은 컴퓨터가 고장났다고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밖에도 여러 종류의 디바이스가 있으니 가능한 것을 활용하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이번에도 밀리의 서재 덕분에 쉽게 삼국지 읽기에 접근할 수 있었는데, 정말 편리하고 스마트한 세상임을 새삼 느꼈다.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는 내가 영 낯설기도 하지만 살짝 전투력도 생긴다.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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