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Minimal Life 38

[영태리집] 혼밥 혼잠 풍경

혼밥 혼잠 풍경 배가 고파지지 않아 띄엄띄엄 식사를 하니 몸 어딘가가 무너지는 것 같아 일주일에 한 번은 육류를 일주일에 한 번은 어류를 일주일에 한 번은 콩류를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꼭 챙겨 먹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한 어제 저녁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육류 한 덩이를 꺼내 프라이팬에 얹어놓고 돌돌 말아 얼려 보낸 막내 솜씨 기특해 이리저리 돌려가며 골고루 굽기 시작 커다란 식탁 위에 총각김치 한 조각, 절인 마늘 한 쪽 코닝접시에 차려놓고 전날 먹다 남은 밥 두 숟가락과 식어가는 고깃덩이 꼭꼭 씹어 넘겨서 황녀(?)의 소박한 성찬을 마무리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최종화를 혼자 보고서 먹먹해진 가슴 때문인지 불안한 미래 생각에 잠겨 골똘히 궁리하고 있는 머리 때문인지 다섯 시간 이상 잠잠하게 있던 위 속..

[영태리집] 더위 탓이다

더위탓이다 눈 깜박할 사이에 스쳐 지나가던 거울 속의 두 눈이 오늘은 한참이나 머물러 있으면서 나를 보고 있다. 더위 탓이다. 아, 내 얼굴이 저렇게 생겼구나. 아, 내 표정이 저렇게 덤덤하구나. 사춘기 시절 이후 이처럼 긴 시간 동안 거울 안의 나를 쳐다보고 있은 적은 없는 것 같다. 더위 탓이다. 생동감 넘치던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만사에 흥미를 잃은 흐릿한 눈동자가 축 늘어진 눈꺼플 아래서 내 얼굴을 향해 보내고 있는 시선이 힘겹다. 더위 탓이다.

[영태리집] 너 주의 손에 이끌리어...

너 주의 손에 이끌리어 일평생 주를 바라면 너 어려울 때 힘 주시고 언제나 지켜주시리 주 크신 사랑 믿는 자 그 반석 위에 서리라 너 설레는 맘 가다듬고 희망 중 기다리면서 그 은혜로신 주의 뜻과 사랑에 만족하여라 우리를 불러 주신 주 마음의 소원 아신다 주 찬양하고 기도하며 네 본분 힘써 다하라 주 약속하신 모든 은혜 네게서 이뤄지리라 참되고 의지하는 자 주께서 기억하시리 .............!! 1부 예배드리고 집으로 오는 길... 눈물 가득, 코맹맹이 소리로 찬송을 하며 운전대를 잡았다.

[영태리집] 주일 아침 예배

5월의 둘째 주일... 비 온 다음 날 오전 7시... 조용하고 촉촉한 대기를 마주하며 교회 가는 길... 어제 하루 종일 비가 오고 잠시 소강상태였다가 다시 지난밤에도 비가 와서 아침 공기는 투명하고 상쾌하다. 깊은 밤에는 육신의 고통으로 뒤척이며 몸부림쳤지만... 기도를 드릴 수 있는 마음을 주시고 교회를 찾아갈 수 있는 의지를 주시고 예배에 참여할 수 있게 하심이 감사하고 또 감사해서... 가슴을 열고 머리를 숙이는 아침

[영태리집] 2018년, 새롭게 시작되는 영태리의 봄

새롭게 시작되는 영태리의 봄 2018년 4월 3일 드디어 영태리로 이사를 했다. 이사하고 며칠 지나 황사 섞인 눈이 내리던 날에 거실 창문에서 찍은 앞마당의 풍경이다. 공사와 이사가 남긴 쓰레기 더미가 가득한 잔디 위에 풀이 죽어 서 있는 나무들 몇 그루... 내 마음 같아 안쓰럽다. 그리고 또 보름쯤 지나 봄비가 내렸다. 여름 소나기처럼 굵은 빗줄기였지만, 봄비였다. 그리고 봄이 스스로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 연두색 잎새들을 찾아왔다. 봄기운 가득한 촉촉한 대기 속에서 풀들은 숨쉬기를 고르며 뿌리 깊게 내릴 차비를 단단히 한다. 봄은 곧 가겠지만, 거친 봄비로 생명을 틔운 나무들은 푸르게 더 푸르게 다음 계절을 꿈꾸며 서 있겠지. 봄비 내리기 전에 동생은 집과 공장 주변의 유실수들을 정리했다. 대추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