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가장 오랜 시간동안 계속해서 공부한 과목이 영어일 것이다. 전공과목인 약학도 바이오회사에서 퇴직할 때까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니 맞는 말이다. 아직도 영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책들 중에 다시 펼쳐볼 것 같지 않은 책들은 버리기로 했다. 혼자 공부하고 정리해서 내 손으로 필기해 놓은 여러 개의 파일은 남겨두어야겠다. 혹시 치매예방을 위해 다시 영어공부가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사진은 남기지 않았지만, 여행 계획을 세울 때마다 사 두었던 여행 관련 책들도 이 참에 모두 버렸다. 이전에는 책을 통해서 정보를 찾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디지털 사회가 되다보니 현장에 접근 가능해 바로바로 소식을 알 수 있게 되었고, 시간이 흐른 탓에 책에 나온 정보들은 이미 모두 사문화가 되어 버렸다. 오래된 책을 쌓아둘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그놈의 추억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또 하나...
약대를 졸업한 다음 해, 관리약사로 일하면서 약사공론사가 주최하는 약사문예 모집에 수필 한 편을 보냈다. 그 글이 약사공론에 실리고 좋은 심사평을 받았다. 별 것도 아닌 그 기억이 평생을 간다. 나의 글쓰기 입문이나 마찬가지다. 그 후로는 감히 글을 내보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았다. 일기나 독후감을 써서 나의 비밀노트에 남겨 놓곤 했을 뿐이다. 그당시에는 일기야말로 가장 친한 나의 친구였다. 지금은 글쓰기가 나의 친구다.
1/3 버리기 실행을 하다가 발견한 감사패다. 이것도 못 버리고 있는 추억 중의 하나! 부서져가는 케이스만 버리고, 조그만 감사패는 또다시 남겨두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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