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Drawing

습성

truehjh 2011. 9. 2. 21:25

 

  

연필의 얇은 선으로 얼굴의 윤곽을 잡고, 표정을 그려나가다 보면 지면이 가득해지고 어느 정도 형체가 드러나면 나 스스로도 신기함을 느낀다. 그것은 작은 창조의 기쁨이다. 마음이 들떠서 여기 저기 강조하고 있을 때는 끝이 없을 것 같아서 95%까지만 가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두루뭉술하게 보이기 시작하면 갑자기 더 이상 나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거기서 끝내고 싶어진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지점임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점을 넘어가기란 쉽지 않다.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 더 정진해가야 하는데 쉽사리 멈추는 나의 버릇은 여전하다. 95%의 지점을 바로 앞에 두고 말이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 속에서도 느껴지는 나의 습성... 바로 쉽게 포기하는 습성... 치열함으로 다가가기를 거부하는 습성 아니 두려워하는 습성... 끝을 보기를 원하지 않는 습성... 이것이 나의 한계인가...

 

그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즐거울 수 있을 것 같아.

가치 있을 것 같아.

실천하고 몰두하는 일만 남았어.

 

그림...

다른 것으로 눈 돌릴 여력도 없어.

그것 아니면 마땅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어.

못한다고 부담될 것도 아니고,

집착할만한 나이도 아니고,

잘한다고 마음 들뜰 것도 아니고,

 

조금만 그릴 거야... 천천히... 선물할 수 있을 만큼만...

그냥 그리면서 기뻤으면 좋겠어.

 

이렇게 계속 내 상태를 써나가니까 순간적으로나마 배설의 후련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