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Basecamp/Review

영화 - 아모르

truehjh 2013. 2. 10. 12:32

 

 

 

 

아무르(AMOUR)

/ 미카엘 하네케 감독


영화 아모르가 보고 싶었는데 같이 갈 사람이 마땅치 않아 한동안 벼르다가 혼자라도 보고 와야겠다고 마음먹고 광화문에 있는 시네큐브로 갔다. 영화가 끝난 뒤에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 한참 앉아 있었다. 집에 돌아왔는데도 영화를 보고 왔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며칠이 지난 후에 뒤돌아보니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하고자 한 말이 궁금해졌다. 제목은 <사랑>이지만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삶에서 죽음으로 건너가는 과정에 일어날 수 있는 정서의 변화, 정체성의 변화를 현재의 시간으로, 현실의 감각으로 받아들이면서 선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관객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전가하는 영화다. 그래서 어렵고 무겁다. 단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 특히 인간의 노화, 질병,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사랑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육체와 정신의 한계에 갇혀서 소리 지르고, 분노하는 우리네 정서와는 많이 다르다. 우리와는 좀 다른 분노의 표현방식, 그냥 일상처럼 몇가지의 상징으로 관객이 알아서 느끼라는 식의 친절함이 조금 부담스럽다. 그리고 딸을 제외하고는 한두번 정도 등장하는 인물들로써 사위, 제자, 동네남자와 여자, 봉사자들 등이 고작이다. 물론 개인주의에 익숙한 서구사회의 삶이라는 차이는 있겠지만 최대한 사실적이게 표현한 관계성의 깔끔함이 조금은 어색하다.


이 영화는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고 있던 노부부 조르주와 안느에게 예기되었던 혹은 예기치 못했던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개된다. 남편 조르주는 반신불수가 된 아내 안느를 헌신적으로 돌보지만 몸과 마음이 병들어 가는 현실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두 노배우 장 루이 트랭티냥과 에마뉘엘 리바, 그리고 이자벨 위페르의 열연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연기는 현실처럼 느껴졌다. 특히 죽음을 선택하는 장 루이가 떨리는 손으로 가위를 잡고 하얀 소국을 한 떨기씩 자르는 장면이 깊게 남는다. 또한 딸에게 조차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지만 남편과는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놀라운 발견이다. 자신의 추함과 약함을 드러내 놓을 수 있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성숙한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사랑이 부럽다. 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지는 않는다. 그저... 오늘을 위해 어제를 기억하는 것이다.